그림, 글이 상호보완 관계 맺는 종합예술

  내용파악 쉽고 눈길끄는 장점, 각종 홍보물로 이용

  흔히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그건 정말 만화같은 얘기다』라는 표현이 있다.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일. 황당무게한 일등을 일컫는 말이지만 만화에 대한 편견이 담긴 일면의 예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한국 만화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게된다. 만화가들의 기능향상과 내용상, 구성상의 치밀함이. 넓어진 독자층과 더불어 새로운 요구를 수렴하게 된 것이다. 이는 물론 만화천국이라는 일본의 영향을 일정정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생산력의 발달, 각 분야별의 성장과 아울러 당연히 맞게 된 결과이다.
  87년 이후로 만화는 또 다른 경향이 보이는데, 지나친 상업성이 드러나는 성인만화, 폭력만화등과 그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바른 만화 운동이다. 만화 출판계가 활력을 띔에 따라 주간지, 월간지등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아울러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몇몇 스포츠 신문의 작태, 운동권 비방 만화성행등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점도 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런점에서 바른 만화를 지향하는 모임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는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정작 주도권을 가질만한 기성만화가들 사이에서는 그 내용성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만화는 그림과 글로 표현된다. 서로 상호보완 관계가 있기도 하지만, 그림은 전체 내용을 한층 더 부각시켜 줄 수도 있고, 쉽게 눈길을 끄는 장점이 있어 오래전부터 코머셜만화와 같이 선전사업에 많이 쓰이고 있다. 만화체 그림이 일반 회화와 달리 내용파악이 쉽고 보기에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며 더욱 중요시 되어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자보나 기타 홍보물에서는 언제든지 만화체 그림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만화가나 단순히 그림기능공이 되어 버린다면 곤란한 일이다.
  그림과 내용은 작품을 이루는 필수요건이며 따라서 만화작가는 내용구성상 필요한 모든 연구도 감수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작가가 가지는 개인 철학이며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다.
  만화는 예술이다. 크게 나누어 보자면, 영화와 비슷한 종합예술 분야일 것이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만화도 그 사회의 경제생활 및 이데올로기를 반영하여 형상화하는 작업이 따른다. 물론 작가의 연출력과 감각이 만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재미를 줄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앞서서 정리되어야 할 것이 있다.
  사회적인 면에서 반공 이데올로기가 한창이던 시대에는 반공만화가 아니더라도 흑백논리가 분명한 만화들이 많았었는데, 미국 만화와 영화의 영향을 받은 일방적인 선과 악의 싸움, 그것도 유치하리 만큼 엉성한 구성의 한결같은 결론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근래에도 이런 내용은 아직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그것이 지나친 폭력과 색정주의로 물들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이기주의 팽배로 소외된 사람들이 현실도피적인 찾는 경우도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역으로 그런 내용의 만화로 사고문화가 병들어가는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종국에는 사라들에게 건강한 사회로 지향하는 노력에서 눈을 돌리게 만들고, 우민화시키게 된다. 이것은 만화작가 자신의 자각만으론느 해결이 부족한 것이고 사회전체의 분위기 문제가 비중이 크다. 이 점은 정치적인 면, 제도적인 면과 무관하지 않다. 좋은 만화가 있는데도 찾는 사람이 없다면, 그리고 오히려 허황되고 자극적인 만화가 인기를 독차지 한다면 작가로서도 경제적 이해차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상업성과 대중성은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예술성과 대중성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대중성이란 대중의 삶속에서 나온 이해와 사상들을 담는 다는 것이며, 예술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또한 그래야만이 예술은 생명력을 가진다. 작가의 적성이나 독자의 취향에 따라 특별히 좋아하게 되는 만화분야가 있게 마련이지만 한 컷만화, SF만화, 시대극화, 명랑만화등등 모든 만화에 이런 일반성이 해당된다.
  만화가 예술로서 당당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위한 노력들이 모두 필요하다. 만화에 대한 관심고조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이며, 또다른 발전을 위한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인경(천문우주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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