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을 읽어야 하는 이유

건투를 빈다/푸른숲/김어준
  ‘자기계발서 따위 읽지 마라.’ 책의 추천을 원하는 이들에 대한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자기계발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현실의 내가 불만족스럽다거나 위로받고 싶은 마음의 결과이다. 위로가 필요한 청춘에게 필요한 독서는 오히려 문학이다. 자기계발서는 진정한 의미의 위로가 아니다.
  그런 자기계발서에도 트랜드라는 것이 있나 보다. 한 때는 습관을 고치고, 자기암시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논조였다면 최근에는 힐링이 대세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멈춰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찾으라고 한다. 『건투를 빈다』의 논조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아 보인다. 
  “자존감이란 그런 거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부족하고 결핍되고 미치치 못하는 것까지 모두 다 받아들인 후에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거. 그 지점에 도달한 후엔 더 이상 타인에게 날 입증하기 위해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일관되게 이런 투라면 『건투를 빈다』도 결국 영양가 없는 자기계발서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자기계발서의 처방을 몰라서 자기문제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어준이 누구인가? 작년 대선을 앞두고 ‘나꼼수 현상’이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만들어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하거나 반대로 위기감이 들게 만들었던 자칭 ‘슈퍼지식인’이다. 『건투를 빈다』는 상담집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개인의 문제와 내면에만 주목하는 것을 넘어 한국사회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드러낸다. 한국의 공교육, 가족, 직장(조직)에서 드러나는 통념의 허구를 비판하고 다른 선택을 하라고 권한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감당하는 상처는 결코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하지도, 해결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는 성공담은 자본주의의 판타지이며, 힐링은 체념을 동반한 회피에 불과해진다.
  그래서 『건투를 빈다』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사회현상, 우리시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인물과의 대화이다. 김어준은 누구인가? 언론인, 정치인, 방송연예인 등, 그 앞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제법 많아 보인다. 하지만 김어준의 진짜 미덕은 트랜드를 읽을 줄 아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딴지일보>는 사실 그것을 언론이라고 칭한다면 인터넷 언론을 주도했던 <오마이뉴스>보다 빨랐다. ‘나는 꼼수다’의 빅히트 이후 팟케스트는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김어준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대중의 정서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김어준의 처방에 모두 동의해 줄 수는 없다. 김어준의 사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유주의이다. 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세계를 긍정할 수만은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지 않은가. 조금 더 세련된, 일테면 서구식 개인주의로 가자는 것인데, 그렇게 개조하기에는 사회가 가진 문제가 좀 더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김어준은 트랜드를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것만으로도 일독의 가치는 있지 않겠는가.
 

김선근 대학원생 기자 kmunj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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