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그리고 뽑는 3D프린팅 시대

▲3D프린터로 제작된 모형
  상상을 3D로 옮겨내다
  머릿속 생각을 끄집어내 디자인을 그리면 프린터에서 종이가 아닌 실제 물건이 고스란히 출력된다. 이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는 다름 아닌 3D프린터 이야기다. 이제는 3D프린터만 있다면 원하는 모양, 원하는 색상에 따라 모든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복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임상시험에 동물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어 의의가 크다. 3D프린터의 가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럽우주국과 건축설계업체 포스터 앤 파트너스는 공동으로 3D프린터를 이용해 달 표면에 기지를 짓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어느새 우리는 지구 너머 달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3D프린터의 놀라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국내 3D프린터 실마리를 찾아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3D프린터의 역사는 이미 오래전이다. 세계적으로 3D프린터가 상용화된 것은 3D Systems사에서 첫 제품을 출시한 1988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쾌속조형이라는 이름으로 KAIST 양동열 교수에 의해 시작됐다. 처음에 양 교수는 쾌속조형연구회를 통해 교육·연구기관, 회사들에 활용기술 위주로 소개를 했다.
  양 교수는 “국내 기업체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활동을 펼쳤다”며 “제품의 동시공학적인 개발에 쾌속종시작품이 개발기간을 크게 단축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동시공학적이라 함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제품 개발과 달리, 전체 과정을 통합된 정보 통신망 아래 동시에 진행해 제품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일컫는다. 이 방법은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TA-50 골든 이글같은 항공기에서도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3D프린터는 2001년 가벼운 스티로폼을 이용한 대형 3D프린터였다. 이는 KAIST에서 처음 개발한 것이며 점차 상업화돼 시판되기 시작했다. 양동열 교수는 “현재는 국내에서 3개 정도의 회사가 3D프린터를 제작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제품을 시연 중인 에디슨사의 3D프린터
  3D프린터의 무궁무진한 질주
  최근 들어 3D프린터의 무한한 가능성이 재확인되고 있다. 지난 4월 우리나라에서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부비동암 수술에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백정환 교수는 암이 퍼진 얼굴의 골격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후 다른 부위 뼈나 근육을 떼어 내 붙이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CT 등 영상의학검사 자료에만 의존해 수술을 진행할 경우 얼굴 골격을 정확히 확인하기 힘들어 수술 과정에서 부정교합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한 모형물을 통해 CT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양동열 교수는 “단층촬영 데이터를 이용한다면 보다 용이하게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분야에서 응용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자동차, 전자산업에서는 시작품제작과 설계검토에서 3D프린터에 의한 쾌속조형 시작품들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설계된 결과를 확인하는 용도로 주로 썼으나 앞으로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방법으로까지 3D프린터의 활용이 확장될 전망이다.

  개인의 집에서도 3D로 뽑자
  산업분야에서만 쓰일 줄 알았던 3D프린터를 내 집 안방에서 편하게 쓸 날도 머지않았다. 실제로 우리학교 백마축전기간에 산학협력단 앞에서 3D프린터 시연회가 열렸다. 작고 아기자기한 천사, 고양이, 에펠탑까지 모두 3D프린터로 출력한 것이다. RF International 김영환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저가 데스크탑용 3D프린터가 개발됐다”고 말했다.
  3D프린터 이용방법은 보다 편리해지고 있다. 3D프린터를 이용하기 앞서 일반인들은 캐드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캐드 프로그램을 배우기 어려운 이용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키넥트를 이용할 수  있다. 키넥트를 구입해 3D촬영 후 파일로 저장한다면 제품을 출력할 수 있게 된다. 
  김영환 대표이사는 “앞으로는 기업, 연구기관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집에서도 편리하게 3D프린터를 사용할 것”이라며 “일반 가정의 생활용품까지 3D프린터로 뽑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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