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하나의 양식이다. 소설이 다른 이야기 양식과 다른 점은 우리들 살아감의 하찮음을 응시하고 그것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소설은 흔하디흔한 일상생활에서 이야기를 취재하여 그것을 아름답게 변용한다. 소설은 그 어떤 내러티브 양식보다도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 그 자체가 아닌 허구공간에서 생성된 또 다른 세계를 전제한다. 여기서 아름답게 변용한다 함은 그것의 매혹적 꾸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고 사색적인 탐색을 말한다. 소설은 그리하여 인간 사유의 깊이에 다가서는 진지한 텍스트가 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소설이 여전히 지속될 수 있음이 여기에 있다.
  이러한 소설의 본질에 기초하여 응모된 작품들을 읽어 나갔다. 응모된 작품들 중에 「심해어」, 「무료서비스」, 「나, 뛰어내리다」, 「Auto Make Up Remover」, 「종이 인형들」 등이 눈에 들어왔다. 응모된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작품들도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근원적으로 뿌리 내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재현하고 전달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었다. 사건을 배열하는 기술이 달랐고, 현실을 보여주는 재현의 방식도 달랐고, 현실을 비틀어 진실을 찾고자 하는 상상의 힘 또한 달랐으며, 무엇보다도 그것을 표현하는 문장의 밀도가 달랐다. 이 차이는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는 창조의 에너지로 보이기도 했지만 각각의 수준을 말하는 서로의 간극으로 보이기도 했다. 「종이 인형들」에 담긴 이야기의 진정성에 관심이 더 머물렀다. 제목과 이야기를 보다 긴밀하게 결합시켰어야 했다. 진부하게 끼어드는 모티프의 쇄신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민경택 (영어영문학과 교수)
송기섭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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