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적으로 논의 대상이 된 작품은 「어머니」 「거미가 된 사내」 「바람의 계단」 「비명」 「극야」 다섯 편이다. 다섯 작품 모두 일정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었다. 「극야」는 기억과 망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형상화한다. 기억과 망각 사이에 세계의 모든 존재들이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이 적절하게 환기되고 있다. 그런데 제목 ‘극야’가 시의 의미론적 행간을 너무 벌려놓고 말았다. 「비명」은 언어적 알레고리의 기능을 충분히 담당하고 있는 시이다. 소재가 불러일으키는 현실의 고통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그런데 동어반복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흠이다. 시는 직관의 언어이지만, 그 직관적 순간 이후의 영역도 포괄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바람의 계단」은 유리창에 충돌해 추락사하는 새의 면모를 묘사한다. 죽음의 과정이 치밀하게,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져 있지만, 상식적 언어와 상황 상상이 한계다. “늦은 오후처럼 저물어간다”는 표현은 이제 상식적 수사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거미가 된 사내」는 마지막까지 논의 대상이 된 작품이다. 사회적 빈곤층의 삶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언어와 의식 모두 나무랄 데 없지만 어디서 본 듯한 상상력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최종적으로 「어머니」가 선정되었다. 표현의 참신성과 밀도, 상상력의 신선함 모두 당선작으로서 손색이 없다. 관념적 주제일 수도 있는 ‘어머니’를 이만큼 구체화한다는 것은 시를 쓴 이의 시적 이력이 녹녹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좋은 시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손종호 (시인, 국어국문학과 교수)
박수연 (평론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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