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소리나 문자 따위의 수단”이라는 사전적 정의와 별개로, 언어에 의해 사유의 폭과 깊이가 결정되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언어의 개념은 다양하게 규정되기도 한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 규정하고, 소설가 최명희가 언어를 ‘정신의 지문(指紋)’이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학의 출발점이면서 존재 기반인 언어에는 창작의 고통과 희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하여 자유롭게 사유하되, 그것을 표현할 때는 엄정하면서도 적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문학의 숙명인 것이다.
  제54회 ‘충대문학상’ 수필 부문에 응모된 작품들은 대부분 인간과 세상에 대한 글쓴이의 진솔한 감성의 언어적 표현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바다구두>는 아버지의 낡은 구두를 통해 삶의 의미를 성찰한 것이 돋보였으나 아버지에 대한 단상이 파편화되어 언어의 엄정성이 떨어졌고, <별이 빛나는 밤에>는 객관적 상관물을 활용한 감성 전달이 뛰어났으나 미처 다듬어지지 못한 문장들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반면에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고향에 내려가면서 죽음의 의미를 성찰한 <오래된 노래>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핏줄이라는 이유로 흘려보냈던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삶의 본질을 담담하게 풀어나간 감성의 흐름이 돋보였다. 급하게 마무리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돋보였다.
  말과 글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정신의 지문이라는 언어의 엄정성을 되새김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충대문학상’ 수필 부문 당선작을 통해 언어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

  윤석진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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