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년 감독의 스마트폰 영화 제작기

▲<24개월후>의 한 장면 중 주인공으로 나온 김찬년 감독
  ‘스마트폰에 빠져 고개 숙인 얼굴. 함께 대화하고 있는 것은 나의 친구인지 그저 허공일 뿐이지.’ 실제로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눠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틈틈이 확인하며 메신저 답장을 한다. 그러면서도 잊지 않고 말을 듣고 있다는 냥 ‘어.. 어..’ 소리를 낸다. 마치 스마트폰에 빠져 영혼 없는 대답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좀비같다. 이런 세상에서 24개월 약정 된 일반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제3회 올레 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거머쥔 김찬년 감독(동국대 영화영상학과·휴학)의 영화<24개월 후>의 이야기다.
  영화 <24개월 후>는 단돈 5만원이 채 들지 않은 초저예산 스마트폰 영화다. 김 감독은 영화 제작 당시 0원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촬영용 장비 구입으로 5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김 감독 본인이 직접 연기를 하고 배역에 친구를 동원하거나 촬영장소로 지인의 집을 활용하는 등 알뜰히 영화 제작에 임한 것이다.
  스마트폰영화제에 참여하며 김 감독은 단편영화를 표현할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좀비영화를 볼 줄 아는 영화관객이라면 레전드 좀비영화로 자연스레 <28일 후>, <28주 후>를 떠올릴 것이다. 김 감독 또한 평소 좀비영화를 좋아하던 터. 그렇게 떠오른 아이디어들로 시나리오의 틀을 잡아갔고 <24개월 후> 속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좀비로 표현하게 됐다. 그는 “오래전 부터 한국형 좀비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을 늘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없는 고민 끝에 그만의 경험과 느낌을 살려 웃음과 공포가 공존하는 극적인 코믹호러 영화 <24개월 후>가 탄생됐다.
  스마트폰 영화는 찍는 과정에서는 일반 영화와 다를 점이 없다. 단지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김찬년 감독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것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영화 자체가 어떻게 완성되는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크게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의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를 섭외하고 촬영지를 결정하는 등 영화제작의 전반적인 준비과정인 프리프로덕션 ▲야외촬영, 실내촬영, 세트촬영, 특수촬영, 동시녹음 등 영화를 실질적으로 촬영하는 프로덕션 ▲촬영된 장면의 편집 및 음악작업을 하는 완성단계이자 배급과 홍보과정의 연장선인 포스트프로덕션까지다. 이 세 단계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만 영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김 감독은 “스마트폰 영화는 단지 프로덕션 과정에서 카메라로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며 “일반 영화를 제작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한 과정으로 제작된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준비하는 단계는 일반 영화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촬영은 기존의 영화작업에 비해 훨씬 간단하다. 스마트폰을 높이 들거나 바닥에 놓기, 뛰면서 찍기 등 각 장면에 맞게 스마트폰의 위치만 조절하면 된다. 촬영이 끝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영상클립들을 컴퓨터로 이동해 편집프로그램으로 편집한다. 일반 대중들이 궁금해 할 부분도 바로 편집과정일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장면들을 순간순간 잘라 이어붙이면 그것이 영화적 장면으로 완성된다. 김 감독은 “컷들을 일일이 이어붙이고 맞춰보고 자르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은 일종의 답 없는 퍼즐을 맞추는 일과 같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스마트폰은 동시녹음을 할 장비가 없어 자체적으로 녹음한 소리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소음이 심하면 대사의 전달력이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을 보고 입을 맞춰 스마트폰으로 대사만 따로 녹음하는 후시녹음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24개월 후> 역시 대사의 80퍼센트를 후시녹음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게 되면 비로소 하나의 스마트폰 영화가 완성된다.
  김 감독은 영화 <24개월 후>는 스마트폰으로 제작했기에 가능했던 영화라고 전했다. 그는 “스마트폰만이 가진 장점인 자유로움이 <24개월 후>를 완성도 높게 만들게 했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능동적으로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물론 많은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진 스마트폰 영화도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일반 대중들도 얼마든지 그럴싸한 영화를 완성할 수 있다. 아직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조건이 열악해 삭히는 젊은이가 있는가.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들고 세상 밖으로 나가자.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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