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의 마음치유 콘서트에 다녀오다

사진출처: yes24 홈페이지
  며칠 전 스승의 날을 맞아 한 포털 사이트가 스승의 날에 가장 모시고 싶은 유명인사를 조사했다. 김태호PD, 김연아 선수에 이어 혜민스님이 순위에 올랐다. 힐링 열풍과 함께 혜민스님은 과한 기교 없이 담백하고 따뜻한 언어로 사람들을 위로하며 단박에 이 시대의 멘토로 떠올랐다. 누구나 한번쯤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혜민스님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글에 리트윗이나 좋아요를 눌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난 16일 힐링의 아이콘 혜민스님이 우리학교를 찾았다. 이날 열린 혜민스님의 강연은 우리학교 학우들뿐만 아니라 대전충청의 시민까지 정심화홀을 가득 메웠다. ‘혜민스님과 함께하는 마음치유 콘서트’는 동영상과 명상, 강연이 적절히 결합해 진행됐다. 다음은 혜민스님 콘서트 내용을 축약 정리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상처 받는다
  우리는 살다보면 사람에게 치여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는다. 우리가 상처를 받는 유형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내게 상처를 줬을 때, 두 번째는 나에 대해 알거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상처를 줬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가족이 내게 상처를 줬을 때 이 세 가지다. 지금부터 이 세 가지 경우의 상처에 대해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지 대처방법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 번째 힐링, 내 잘못이 아니에요
  나와 잘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 미국에서 공부하다 돌아와 해인사에서 행자교육을 받을 때이다. 그 당시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나가는 나를 보고 “저기 미제 중 간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처음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여기저기 비아냥거리는 얘기에 상처를 받아서 고민을 하다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직접 찾아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분의 대답은 본인이 예전에 미국에 가려고 했는데 비자 신청에서 똑 떨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온 사실 자체만으로 내가 싫었던 것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무턱대고 싫어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살다보면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본인이 겪은 개별적인 어떤 경험 하에 그것을 투사해서 다른 사람을 괜히 미워할 수 있다. 그럴 경우는 괜히 끌려 다닐 필요 없고 내가 잘못해서일까 가슴 아파할 필요도 없다.
  미국 와튼스쿨의 아담 그랜트 교수의 『Give and Take』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다. 교수는 사람을 세 가지로 분류하는 재밌는 학설을 얘기했다. 자신이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Taker)과 자신이 준 만큼 받으려는 사람(Matcher), 그리고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려고 하는 사람(Giver)이다. 교수에 의하면 성공하는 사람은 대부분 더 많이 주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 부처님 말씀 중에 ‘한 대로 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돕고 마음을 써준다는 것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모두 본인한테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내 험담을 해서 마음이 아프다면 혹시라도 내가 받는 걸 더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는가를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두 번째 힐링, 그냥 놓아 주세요
  상담을 요청하는 메일이 많이 온다. 그 중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고민하는 경우와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했을 때 올라오는 그 분노를 어찌할 줄 몰라서 도와 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살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있다. 사실 참 마음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인연은 내가 몸부림치지 않아도 되게 되어 있다. 내가 몸부림친다는 것은 인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내가 어느 정도 노력했지만 그 쪽의 관심이 없거나 시큰둥하다면 그냥 놓아 줘라. 연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깊으면 깊을수록 상대가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큰 상처로 다가온다. 나를 위해서 나를 아껴주는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연애도 해보고 상처도 입어보는 과정이 조금 더 성숙한 연애를 하기 위한 훌륭한 경험이 된다.

  세 번째 힐링, 이해해 보세요
  상처를 받는 가장 근본은 가족에게 받는 상처다. 이것은 가족 안에서 상처를 받은 어느 딸의 이야기다. 딸은 자라면서 엄마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뭐든지 오빠 우선이었고 자신은 철저히 외면 당했다고 했다. 딸은 자신이 사랑을 받을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딸이 가진 엄마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다섯 살 무렵이라고 했다. 물이 미지근하게 받아진 욕조 안에서 엄마를 기다렸던 기억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았고 차갑게 식어가는 욕조 안에서 지쳐 나왔다고 한다. 엄마에 대한 최초의 기억으로 우울한 사춘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엄마가 팔순이 되서 암 투병을 하게 됐는데 목욕을 시켜드린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목욕 도중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당신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한 번도 씻겨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 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어머니 또한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아 본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사랑을 줄 수 없었던 것을 이해했고 딸은 엄마를 용서할 수 있었다.
  엄마 혹은 아버지로부터 생긴 내 안의 상처가 있다면 부모님이 어릴 적 가지고 있었던 고통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보자. 당신이 잘 모르는 부모님만의 상처가 있었을 수 있다. 그것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알았을 때 비로소 내 안에 있는 어릴적 아팠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부모에게 많이 보이는 자식에게 집착하는 경우이다. 부모의 자식에게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한 경우 자식은 자신의 삶에서 주체성을 잃게 된다.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를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선택은 부모가 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정말 아이를 위한다면 살짝의 무관심이 아이에게 엄청난 보약이 된다.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약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라도 본인 삶의 문제는 스스로가 지고 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자책하지 말고 놓아주고 또 이해하라는 혜민스님의 힐링법에는 우리가 지나친, 단순한 진리가 숨어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다는 스님의 말씀에 해답이 있었다. 상처받은 당신께 혜민스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을 항상 응원합니다. 내 주변에는 항상 여러분을 응원하고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현지 부장
 hyunjida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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