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통해 인간 이해하기

민중의 세계사/책갈피/크리스 하연
  세계사를 다룬 책을 한 권 읽는다고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세계사라고 이름 붙여진 많은 역사서들이 정치사 중심으로 사건을 서술하거나 생소한 이야깃거리를 흥미 위주로 전개한다. 이런 경우 쉽게 지루해지거나, 다 읽고도 세계사에 대한 자기 관점을 갖기가 힘들어진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은 역사법칙이라는 도식으로 정리하는 것인데 이 경우는 구체적인 역사의 풍요로움이 버려지게 된다.
  크리스 하먼의 『민중의 세계사』는 방대한 세계사 서술의 난점을 극복하면서도 세계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정리하고 있다. 세계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흔히 할 수 있는 질문으로, 중국은 세계사적으로 거대한 제국이었는데 근대에 이르러 유럽에 침략당한 이유가 무엇인가다. 이에 대한 답으로 서구의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시스템을 든다. 하지만 서구가 자본주의적인 혁신을 먼저 이룬 이유는 무엇일까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연으로 치부한다면 세계사에 대한 이해를 포기한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유럽이 중국에 비해서 지배체제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한다. 오히려 유럽이 변방이기 때문에 혁신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중앙집권적인 지배체제가 약했기 때문에 기존의 왕과 귀족이 아닌 부르주아지 계급의 정치적 공간이 있었고, 기술적으로도 혁신이 가능했다고 본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서구, 남성, 지배계급 중심의 편견을 깨는 것에 저자가 기울인 노력이다. 우리가 흔히 문명의 발전이 없었던 암흑의 대륙으로 인식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역사를 살피며, 중세의 유럽보다 발전했던 아프리카의 문명들을 조명한다. 또한 여성의 지위가 장기적인 역사의 변동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주목하기도 하며, 생산과 생산관계의 변화가 지배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며, 그 과정에서 역사적 변동의 주역으로 민중을 내세운다. 
  작고한 크리스 하먼은 68학생혁명에 학생활동가로 참여했던 진보적인 사회운동가이며, 영국의 사회주의 노동자당의 중앙위원으로 활동했다. 크리스 하먼은 세계의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이기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역사는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는가? 두 질문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지만 그것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며 인간의 본성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또한 자본주의는 끝이 아니라 역사의 과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김선근 대학원생 기자
kmunj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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