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바나나의 씁쓸한 과거

  바나나농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

 출처: kr.wallpapersus.com
  최근 MBC ‘일밤-리얼 입대 프로젝트 진짜 사나이’에서 방송인 샘 해밍턴과 개그맨 서경석을 반하게 한 ‘바나나 라떼’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주 재료인 바나나를 이용해 만든 이 음료는 군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모든 과일을 통틀어 생산량이 가장 많은 바나나는 군대에 주로 보급되는 과일이다. 바나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만족도를 지닌 국민 과일인 셈이다. 먹는 방법도 다양해 음료를 시작으로 떡, 술, 케이크 등 여러 가지 음식에 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바나나를 저렴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기까지에는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바나나에게 반했을 뿐인데…
  1871년, 매사추세츠의 선장이었던 베이커는 자메이카에서 보스턴으로 바나나를 수송해 거액을 벌게 됐다. 열대지방에서도 유례가 드문 사계절 수확이 가능하고, 씨가 없어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바나나에 반하게 된 것이다. 베이커는 1885년 보스턴의 과일장수 프레스톤과 함께 ‘보스턴 과일회사’를 설립했고, 미국에서 대량의 바나나를 판매해 많은 이익을 올렸다. 이후 보스턴 과일회사는 열대무역수송회사를 합병해 ‘유나이티드 프루츠사(이하 UF)’를 창설했다. UF는 바나나 부문과 철도 부문의 경험을 살려 미국과 중미의 바나나 무역회사와 농장을 점차 사들였고, 1910년경에는 거대한 바나나 독점회사로 성장했다. 당시 UF는 코스타리카 바나나의 99%, 파나마의 93%, 과테말라의 75%를 소유했다. 
  바나나로 정권수립?
  바나나로 시작된 UF의 힘은 실로 막강했다. 바나나뿐만 아니라 전력, 수도, 경찰, 학교, 병원까지 지배하며 세력을 키워갔다. 더 나아가 온두라스의 정권을 수립하는 데까지 성공한다. UF는 거금을 투입해 반혁명군을 지원했는데 이 반혁명군은 1954년 미국인이 조종하는 폭격기의 지원을 받으며 과테말라에 침입해 알벤스 정권을 쓰러뜨렸다. 이를 통해 1차상품의 수출에 의존하는 중·남미국가들을 가리켰던 ‘바나나공화국’이라는 용어는 소수 지배층과 자본가의 이윤 취득을 위해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의 임금에 동조하는 모든 정부를 일컫는 말로 변질됐다. 『맛의 전쟁사』 김승일 저자는 “일개 회사가 한 나라의 정권을 쓰러뜨리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피땀으로 얼룩진 바나나
  UF를 통해 시작된 바나나 권력은 바다를 건너 다른 국가들로까지 번졌다. 1963년, 일본 정부는 바나나 수입제한을 철폐하고 자유화했다. 이어서 미국의 델몬트사를 비롯한 4개의 거대 외국회사는 필리핀의 수출용 바나나 90%를 독점해버렸다. 이들 외국 자본은 대지주로부터 토지를 사들인 뒤 대지주의 토지를 경작하고 있던 소작인과 영세 자작농들을 몰아냈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은 빈민가를 맴돌거나, 외국 자본가들이 경영하는 바나나 농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나나 농장의 열악한 환경과 임금이 그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김승일 저자는 “농장의 하늘에서 살포되는 대량의 농약으로 피부가 썩어가고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바나나를 약물로 세척하는 여성노동자들까지, 농약의 폐해에 시달려야 했다”며 “우리가 오늘날 값싼 바나나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것은 바나나 생산국 노동자들의 이와 같은 희생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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