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인가

  국회의원 뇌물외유사건으로 정치인들이 바로 서야 한다고 했다. 수서비리사건으로 부도덕한 재벌과 정권의 정경유착을 확인하고 분노했다. 페놀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아직도 바다는 썩어들어가고 있다. 원진레이온공장의 직업병에 숨진 노동자는 1백일이 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원혼이 구천을 맴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무살 꽃다운 젊음이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다.
  또 박승희양은 학우들의 무관심속에 경대의 죽음이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노태우정권을 타도를 외치며 분신하였다.
  87년 6월항쟁때 방송과 신문들은 6월의 모습을 일부가 격한 사람들에 의해 시위가 조종되고 있으며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난무하고 있어 88올림픽을 앞두고 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했던가.
  지금도 언론은 마찬가지이다. 강경대열사의 죽음을 여전히 우연한 일이고 분신하는 이들은 경박하다고 나무란다.
  기사는 집회인원수는 경찰이 하라는데로, 팍팍줄여쓰고, 사건들을 폭력과 폭력의 대결로 축소시켜 온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함성들은 먼발치 기사로 내보내기 일쑤이다.
  사설과 논설을 통해서는 그렇게 말한다. 분신은 시대착오적행동이며 소영웅주의라고, 먼(?) 옛날 민중시인으로 불리던 어느 사람은 분신하는 이에 대한 일방적 매도로 최고의 원고료를 받았단다.
  경대의 죽음으로 온 국민의 분노하고 있는데 어린이날 특집으로 방송된 프로그램은 대통령이 어린이들에 둘러싸여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를 과시하고 있었다.
  6공화국들어 시위학생이 백주 대낮에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다는 점에서 언론이라면 그 정치적 의미에 대해 심각성을 느껴야한다.
  사건 첫날부터 단순한 사고로 처리하려했다는 사실이 시국 관련 기사는 일단 줄이고 보자는 최근 탈정치적 탈사회적 경향의 일단인 것이다.
  정부의 「조기진화」작전에 맞춰 발빠르게 내무장관 경질등의 가사를 먼저 내보내는 우리나라 언론들의 정권하수인 노릇은 언제까지나 계속될것인지ㆍㆍㆍ.
  이제 언론들은 깨달아야 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만 믿고있는 정권의 시녀 노릇을 계속한다면 온 국민의 저항을 정권과 함께 받을 것이라는 것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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