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

  빗속의 추억

  나에게 「족구」라는 단어는 조금씩 멀어져가는 그리움의 매개체이다. 작년의 그날은 아마 1학기 기말고사 기간중으로 생각된다. 비가 아침부터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머리좀 식힐겸 발길을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방에는 나에게 친형과 같이 다정한 형이 가벼운 미소로 나를 반겼다. 주위에 선배들과 인사 나누고 여러 이야기를 하던중 형이 나에게 족구하러 가자고 하였다. 서로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차에 빗속에서 둘이 결판을 내자는 것다. 다음날 시험이 걱정되었으나 다 집어치우고 형을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우선 신발, 양말을 벗고 바지도 걷고하여 모든 준비를 마친 다음, 나의 서브로 시작된 그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져 한시간반이나 계속되는 혈전이었다. 경기 중간에는 물에 빠진 생쥐 두마리가 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팬들도 많았다.
  경기가 끝나고 서로의 모습을 지켜보며 한참동안 웃다가 형이 조용히 내 어깨위에 손을 얹으시며 「질긴 녀석」이란 말과 함께 다독거려 주셨다. 그후로 그 형과 친분이 더욱 두터워졌음은 물론이다. 승부는 문제되지 않았다. 아니 그 보다 더 중요한 그 무엇을 얻었으며 지금은 사회에 나가있는 형과 족구는 조그만 내 마음 한구석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男전병남(수의ㆍ2)

  캠퍼스 족구팀

  우리 할아버지께서 이런 나의 모습을 보신다면 과연 어떤 표정이실까? 짧은 청스커트에 검은 남자애들 속에서 당당하게 공을 차고 있는 모습. 아마 호통하시며 당장 손목을 끌고 가시겠지. 그리고 이러실게다.
  『도대체 계집애가 뭐가 되려고 그 속에서 날뛰냐?』
  그러면 난 이렇게 얼버무리고 말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정당한 말이라도 할아버지는 이해하시지 못할테니까.
  『할아버지는ㆍㆍㆍㆍㆍ. 요즘은 남자 여자 가리지 않는다는 것 다 아시잖아요. 더군다나 운동인데 여자들만 하는 운동이 따로 있나요? 제가 족구한다고 해서 시집 못 갈것도 아니고, 공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걱정마세요.』
  기가막힌 할아버지는 말문을 못 여실지도 모른다.
  캠퍼스 곳곳에서 족구팀은 항상 볼 수 있다. 특히 여자들이 섞인 족구팀은 예전보다 증가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한다.
  『잘하는데』
  『저게 뭐야. 다 큰 여자들이.....』
  『그래도 함께 어우러지니 얼마나 좋아. 음양이 서로 상극되는 개념이 한 공간에 있는데 어찌 부끄럽다 할 수 있겠는가.』그래, 남과 여, 나와 너로 떨어진 마음보다 우리라는 한마음을 갖도록 하자.

  女오근정(식영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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