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개편

  아시아ㆍ중남미의 전략과 세계 경제 여건 변화

  Ⅰ.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신흥공업국의 부상

  아시아와 중남미의 일부 국가들은 1960년대 말 이후 여타 개도국의 경제성장속도를 훨씬 상회하는 급속한 경제성장율을 보이기 시작했다. 1979년 OECD보고서가 이들을 신흥공업국(NICs: Newly Industrializing countries)으로 부르면서, 이들 국가는 세계경제내에 새로운 그룹으로 주목받았다. 신흥공업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은 선정기준과 분류기관에 따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지만, 대체로 중남미에서는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이, 아시아에서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이에 해당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제2차 석유파동과 세계경제의 불황이 확산되면서 그 영향의 정도와 국가의 대응방식에 따라 이들 신흥공업국 사이에 차별성이 나타나게 되었다. 중남미 국가는 세계경제 침체와 외체 부담의 중압을 이기지 못하여 경제적 활력을 상실한 반면, 아시아 신흥공업국은 여전히 높은 공업성장을 지속하였다. 현재에는 아시아 신흥공업국이 NICs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 지역으로 인식됨에 따라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4개국을 아시아 신흥공업국으로 따로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한편 아시아권에서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 국가연합)국가 특히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등이 국제분업질서가 개편되는 가운데 새롭게 공업화 대열에 참여하게 되어 후발 신흥공업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이 세 그룹의 경제상태를 간략히 살펴보면, 아시아 신흥공업국은 80년대에도 7~8%의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였으나, 80년대말 이후 국제적인 보호주의 추세와 이에 따른 대내적인 산업구조 조정으로 현재는 다소 성장율이 둔화되고 있으며, 아세안국가들은 국제분업질서 개편과정속에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공업부문의 비교우위를 확보하게되어 80년대 말부터 세계에서 가장 성장율이 높은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중남미국가들은 80년대의 외채외기와 세자리 수의 초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후 이에 따른 여파로 80년대 말부터 각국의 정권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현재는 고질적인 경제병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외향적 성장정책이 성과에 고무받아 최근 중남미 및 아세안국가등 공업화를 추진하는 개도국들은 경쟁적으로 외향적 성장정책으로 구조개편을 서두르는 추세이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신보호주의 추세와 국제분업질서의 개편등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어,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성공이 앞으로도 여전히, 그리고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글에서는 아시아 신흥공업국, 중남미 및 아세안국가들의 공업화 전략의 변천과 그 성과 및 현재의 국제경제의 여건변화에 대응한 이들의 과제와 앞으로의 전망을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각 국가들이 안고있는 국내외 여건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짧은 이 글속에서 이런 포괄적인 분석이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Ⅱ. 내향적 성장전략에서 외향적 성장전략으로 전환

  중남미 및 아세안국가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서구자본주의 팽창의 과정속에 식민지 종속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서구자본주의의 지배고리가 약화된 1930년대 대공황이후부터 아시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독립국가를 형성하면서부터 빈곤에서 탈피와 자립을 위해 경제개발을 서둘렀다. 이들은 외향적 식민지 종속 무역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내향적 성장전략을 채택하고 수입대체 산업육성과 국제수지적자의 개선을 도모하였다.
  아시아 신흥공업국에서는 1950년대까지 중남미 및 동남아시아에서는 1970년대까지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이 지속되었다. 이 정책하에서 아르헨티나는 1966-1973년동안 연평균 5%의 성장율을, 브라질은 1968-1973년동안 무려 연평균 11%의 성장률을 보여 「브라질의 기적」을 가져왔다.
  그러나 1974년 이후 제1차 석유파동에 직면하면서 이런 기적도 종지부를 찍었다. 오히려 자본제, 중간제 수입 수요 유발로 국제수지 적자와 외채의 누적을 초래하였으며, 과보호된 국내 독과점산업의 비효율성과 재정적자 확대, 그리고 인플레가 유발되었고, 다국적기업의 노동절약적 기술채택으로 고용효과도 낮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은 일찍부터 외향적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이들은 모두 자원이 빈약하여 수축주도로 경제성장을 추진하였으며, 이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 성과는 수출 비관주의를 수출 난관주의로 바꾸었다. 이에따라 중남미 및 아세안국가들도 1970년대 후반부터 수출주도의 외향적 성장전략을 점차 도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외향적 성장전략이 앞으로도 그리고 다른 개도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가는 미지수이다. 특히 선진국의 신보호주의 추세가 확산되는 가운데 아시아 신흥공업국은 국내외적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고 있고, 아세안 국가는 미숙한 단계에서 보호주의 장벽에 직면하고 있으며, 중남미 국가는 여전히 외채중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Ⅲ. 세계경제 여건변화와 외향적 전략의 성패

  현재 세계경제의 두드러진 변화는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신보호주의와 블럭화 경향의 강화이고, 둘째는 선진국의 첨단 기술 정보산업대두와 경제의 서비스화에 따른 국제분업질서의 급변이다. 이런 여건 변화는 국제분업구조 사다리에서 차지하는 각국의 위치와 발전단계에 따라 각기 다른 과제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국제분업구조는 선진국-기술ㆍ정보집약산업, 신흥공업국-자원ㆍ자본집약산업(중화학공업), 후진국-노동집약산업(경공업)으로 각기 비교우위구조가 변하고 있어, 각국의 산업구조 조정과 문제 이에따른 무역마찰이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 아시아 신흥공업국

  그간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성장요인은 미국시장 분위기의 호조건과 저임금 노동력의 수출경쟁력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집중적인 통상압력, 국내적인 임금인상 및 주대화와 일본의 OEM생산기지 철수, 그리고 아세안ㆍ중국등 후발개도국의 추격등으로 일시에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주요과제는 선진국의 신보호주의와 후개발도국의 추격에 직면하여 어떻게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가 하는 점이다.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전환에는 기술개발이 관건이나 부메랑효과를 이유로 선진국이 기술이전을 기피하는 대다가 독자적인 고기술개발에는 화학기술의 발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점에서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등한 처지에 잇기 때문에 난관이 크다.
  한편 국내적으로 과보호된 독과점 수출산업의 비효율성과 아울러 경쟁력이 취약한 농업ㆍ서비스부문등이 선진국의 개방압력에 직면하여 큰 어려움에 겪고 있다.
  과거 일본의 경우 1960년대의 세계경제 호조속에 구조변환기를 맞았고 성공적인 성과를 보였지만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경우 신보호주의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구조 변화와 과제를 맞고 있기 때문에 그 성공여부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2. 아세안 국가
  아세안 국가는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초에 걸쳐 수출촉진, 외자도입 자유화 등 외향적 성장전략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1980년대 말 이후 10%대의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의 새로운 고성장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의 경우 1987년 총수출증가율이 무려 35%에 달했으며, 1984년 이후 이미 공산품 수출이 전통적 농산물수출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은 1988년에 제조업 비중이 1차산업 비중을 능가했고, 천연자원이 풍부하여 1차산업비중이 높은 높은 인도네시아도 향후 3-4년내에 제조업 비중이 1차산업비중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도 아시아권내의 국제분업질서 개편에 배경을 두고 있다.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노동집약산업이 고임금으로 비교위가 악화됨에 따라 아세안국가의 싼 노동력이 새롭게 주목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이 아시아 신흥공업국에 두던 OEM생산기지를 아세안 국가로 이전함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직접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이 지역의 성장은 「엔블럭」하의 분업구조개편 추이와 동태적인 활력에 결정적으로 의존할 것이며, 아시아 신흥공업국 초기 공업화수준까지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제분업 사다리의 중간 이상으로의 발전은 미지수이다.
  즉 선진국의 보호주의와 중국, 방글라데시 등의 후진국 추격에 곧바로 직면할 것이며, 또한 국내적으로도 플란테이션 하의 전근대적 농업구조와 비효율적인 사회경제체제 및 극심한 소득 불균형 등이 공업국으로의 급속한 전환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아울러 풍부한 천연자원에 의존하던 타성이 수출공업화로 전환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 경우 중남미 국가의 실패가 교훈이 된다.
  3. 중남미 국가
  중남미 국가들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경제자유화조치를 전반적으로 실시하면서 외향적 성적전략을 도입하였으나, 그결과는 초 인플레와 외채누중이라는 암담한 결과로 끝났다.
  1970년대 중반 각국의 군부정권집권 이후 칠레는 1973~84년에 걸쳐 전면적인 경제자유화 정책이 실시되었다. 이 정책은 시카고 학파의 국제통화주의적 입장에 배경을 두고 금융, 자본, 무역의 전면적인 자유화를 꾀하였기 때문에, 소위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불리운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미성숙단계에 막대한 해외자본 유입은 각종 투기와 사치소비세 수요를 부추겨 오히려 인플레 압력을 가져왔으며, 비생산적 자금 사용으로 무역자유화의 성공여부가 달린 수출산업으로의 자원이동을 방해하였다.
  1970년대말의 투기적 경제 호황은 이렇게 자유화의 내부적 모순이 표출되는 가운데 1982년부터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인한 외자공급중단과 국제 동 가격하락으로 붕괴되고 말았다. 칠레는 1982년 GNP가 14%나 저하했다. 아르헨티나도 1인당 GDP가 1982년 7%나 저하하였고 1983년 외채누계는 451억 달러에 달하였으며, 물가도 같은 해 434%의 초 인플레를 경험했다.
  이에따라 중남미 각국은 다시 관세인상, 주요산업의 재국유화 등 보호와 통제경제로 전환하게 되었으며, 자격, 임금동결등과 같은 비전통적 충격 요법으로 인플레 상승을 막으려는 노력이 80년대 후반에 실시되었으나, 그 효과는 단기에 그치고 여전히 세자리수의 물가 상승과 외채위기가 지속되었다.
  이런 정부 정책의 시행착오에 대한불신이 정부불신으로 이어져 1980년대 초에 중남미 전역에서 정권교체가 있었다. 신 정부는 IMF와 세계은행의 권고를 받아들여 국내적으로는 경제안정, 민주화, 자유화를 추진하고, 대외적으로는 개방화 및 선진국ㆍ국제기관등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이것은 과거 신자유주의 정책과 달리 구조주의 학파가 주장한 구조개혁도 동시에 추구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개방화와 수출주도 공업화로 전환해 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현재 1989년 Brady안에 의한 순조로운 외채협상, 인플레이션의 진정, 수출증가, 각국의 정치적 안정등이 중남미 경제여건을 보다 호전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보호주의와 주요 수출상품의 가격하락, 과다한 외채, 신규차관도입제약등의 성장저해요인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의 경제전망은 불투명하다.

  Ⅳ. 맺음말

  외향적 성장전략과 내향적 성장전략은 서로 다른 대안으로 인식되었고, 자립화의 관점에서 개도국은 처음에 내향적 전략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성공으로 최근에는 외향적 성장전략이 더 선호되고 있다. 그런데 선진국의 신보호주의 추세 아래 외향적 성장전략은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경우 선진국 진입단계에서 장애에 직면하였으며,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은 향후 성숙 신흥공업국 수준에로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는 어떤 정책도 성공하지 못하고 고질적인 외채누적과 초인플레 함정에 걸려있다.
  따라서 비나(Cyrus Bina: 1988)같은 국제자본학파는 외향적 내향적 성장전략이 대체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를 확립하여, 다음 단계인 외향적전략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완전히 국제분업질서와 세계자본주의 축적 논리에 통합되는 연속적인 동일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로서 후진국은 어느 정책의 실시나 선진국 우위의 국제분업질서에 예속되고, 세계경제변화에 취약한 불안정성과, 동시에 외채압력을 항시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공업화 개도국들의 이런 선진국 국제분업논리에서 어떻게 주체적인 대응을 하는가 하는 점이고, 이점과 관련하여 개도국간의 경제협력과 신국제경제질서 운동이 그 한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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