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조직과 문예지도조직 결합이 과제

  Ⅰ. 문제제기

  이 글은 대학문예운동에서 제기되는 문예이론의 위상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견 이미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대학문예운동과 노동해방문예와의 상관성은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이미」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 「현재」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그 둘의 관계가 단순히 지도-피지도의 형식을 통해 해결되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그 둘의 관계는 개별, 보편, 특수의 상호연관, 상호의존, 상호이행이라는 철학 범주의 논리적 원용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논리는 논리역사인 바, 우리 현실에서의 진보적 문예운동진영은 저간의 치열한 논쟁을 거쳐 노동해방문예의 보편적 이념을 스스로의, 또한 노동자계급의 현실속에서 길어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이 목적하는 것은 그러한 보편 이념으로서의 노동해방사상-그것의 인식론적ㆍ가치론적 범주인 현실주의와 노동해방문예-이 어떻게 대학문예운동에서 관철되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Ⅱ. 노동해방문예란 무엇인가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발전시켜서 자신의 모순을 지양할 수 있는 역사적이고 보편적인 주체, 즉 노동자계급을 형성시켰다. 소수의 다수에 대한 수탈을 본질로 하는 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 그 유례가 없는 자기 모순-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 성격 사이의 모순-의 격화에 의해 지양될 수밖에 없는데, 그 지양의 주체가 바로 노동계급인 것이다.
  노동자계급을 역사 유일의 보편계급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노동자의 역할뿐만 아니라 그들이 공장체계속에 포섭되면서 획득하는 조직력, 결집력, 훈련상태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이와 같은 상태는 그들로 하여금 빈곤과 인간소외의 극복을 추구하는 집단의식을 형성하도록 하는 추동력이 된다. 나아가 그들은 그들의 혁명성으로 인해 동요하는 타계급을 지도하는 역할을 가지게 되고 불가피하게 자본주의제도 자체를 변혁시키는 단계로 전진하게 된다. 그들은 인간의 완전한 상실태이고 따라서 인간의 완전한 회복에 의해서만 자기 자신을 획득하는 계급이다.
  사회의 다른 모든 영역들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킴과 동시에 사회의 다른 모든 영역을 해방시키는 존재, 다른 계급을 해방시킴으로서만 스스로 해방될 수 있는 계급. 노동해방은 바로 그 노동계급을 해방시킴으로써 현 역사의 객관적 한계를 돌파하고자 하는 변혁이념인 것이다.
  노동해방문예는 위와 같은 노동해방사상을 문예적 형상물을 통해 교육ㆍ전파ㆍ선동함으로써 변혁운동의 구체화에 복무하고, 기존의 지배엘리트 문화에서 소외되었던 노동자계급과 민중을 문화의 주체로 일으켜세우는데 기여하는 문예이념이다. 문예운동에서의 이념은 문예가 현실변혁운동에 복무하는데 있어서의 현실적ㆍ구체적 전략거점을 지칭한다. 즉 문예이념은, 문예가 몸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에 따르는 문예운동의 목표와 전망을 가리킨다. 이것은 당패성의 문제와 조직ㆍ전선ㆍ정책및 방법론을 구별하면서 통일시킨다. 문학예술의 올바른 방법으로서 현실주의는 문예이념을 통해 역사적 구체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예이념의 핵심원리가 곧 당파성이다. 당파성은 계급적 이해를 지칭한다. 우리에게 있어 올바른 당파성은 당연히 인류 유일의 보편계급인 프롤레타리아트 당파성이다.
  예술에서의 프롤레타리아트 당파성은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이익과 그를 통한 전인류의 이익을 실현하려는 변혁운동에 복무함으로써 획득될 수 있다.
  그 방법으로 대두되는 것이 노동해방문예의 현실주의이다. 현실주의는 현실의 객관적 발전법칙, 그것이 경향을 객관적으로 -인식적 측면- 주체와 관련하에서 -가치론적 측면- 서술하는 예술방법이다. 주의할 것은 현실주의에서 편향으로 지니기 쉬운 객관주의-인식론적 편향, 루카치-와주관주의-가치론적 편향, 스탈린-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견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노동해방문예는 이와 같은 당파성 원리와 현실주의 방법을 토대로 하여 현시기 전체변혁운동에 복무하며 과학화된 조직론적 태도 속에서만 올바르게 자리매김될 수 있다. 그것은 전체적인 지도조직 속에서 정치투쟁, 경제투쟁, 이데올로기투쟁(문화투쟁)을 수행하는 각급 조직의 변별성에 대한 과학적 사고로 연결되어야 한다. 대학문예운동에서의 노동해방문예도 그러한 관점에서만 올바르게 사고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시기 조직 문제에 있어서의 과학적 사고는 곧 전위적 지도조직의 건설 경로에 대한 문제와 맥을 같이한다. 우리에게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전위적 지도조직의 문제는 정치ㆍ경제ㆍ이데올로기 투쟁의 각 부문에서 공히 숙고되는 것이다. 이것은 당이 없는 현실에서의 당파성 실현문제이기도 하다. 일찍이 「노동해방문학」진영에서 경험주의적 한계에 빠져있었음을 옳게 지적하면서 당이 부재한 현실에서의 당파성이란 『당건설의 추동력으로서의 당파성』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진영에서는 자신들의 활동을 노동자의 정치적 지도조직을 예감하는 목적의식적 활동으로 파악하므로써, 현시기 문예운동진영에 제기되는 당파성의 내용과 수준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가 시급히 요청되는 이유를 레닌은 『부르조아 이데올로기-그것의 역사성과 물질적 힘에 있어서 자생적변혁운동의 이데올로기보다 훨씬 더 막강한-로부터 자생적 운동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우리에게 있어 당파성의 현실적 실현이란 곧 조직에 대한 과학적 사고에 있으며, 대학문예운동에서의 실현은 자신들의 조직 역량을 전위적 지도조직의 건설과정에 어떻게 투사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각급 조직의 당파성 실현이 무매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 또한 조직에 대한 과학적 사고와 결부되는 것인데 달리 말하여 각 조직의 변별성, 개별성이 각각의 조직의 당파성 실현에서 특수성으로 나타나게 된다고는 할 수 있다. 즉 당파성의 현실적 실현은 각 조직의 실제 역량, 위상, 역할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 지는 것이다.
  노동해방문예에서의 당파성은 예술과 정치가 상호 통일결합되어 있음을 알게 해준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 본 것은 주로 정치적인 것이었다면, 이제 노동해방문예에서의 나타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미적 질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게 해준다. 그것은 당파적 현실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세계관에 기초하여 미적 대상을 인식하고 가치판단하는데, 이러한 인식론적 측면-정치부면-과 가치론적 측면-예술부면-의 상호 결합을 통해 정치와 예술의 통일이 수행되고,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미적 질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의 과학적실행여부가 현시기 노동자계급운동의 전선을 발전시키는 한 축인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바 있다.
  『노동해방문예의 진리성은ㆍㆍㆍ노동자계급과 전 근로민중을 변혁운동으로 불러내는 그것의 능력에 의해 전 민중 속에서 검증되어야 한다』물론 그 기준은 당파성이다.

  Ⅲ. 대학문예운동과 노동해방문예

  대학문예운동은 보편이념으로서의 노동해방사상을 특수하게 실현하는 부문운동이다. 또한 대학문예운동은 전체 학생운동의 이념에 복무함으로써 전체 변혁운동에 기여한다. 물론 학생운동의 이념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운동은 당연히 전위적 지도조직의 조직적 지도를 받아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한다. 대학문예운동은 노동자계급 당파성의 원리하에 민중을 민주주의적ㆍ휴머니즘적 지향 하에 묶어 세우는-민중연대성-전선의 일주체로 기능한다. 따라서 대학문예운동의 노동해방문예적 역할은 해당 시기 학생운동의 임무에 따라, 문예운동의 특수성을 발현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대학문예운동은 이러한 임무를 실현하는 형태에 따라, 그리고 학생운동내에서의 위상에 따라 대중조직과 지도조직으로 구분될 수 있다. 도식적으로 말해서 대중조직은 일반문화패로, 지도조직은 전문문예조직으로 구별된다.
  대중조직은 해당 시기 학생운동의 과제를 선동 하면서 전체 전선의 질을 강화하는데 복무한다. 한편 지도조직은 대중조직이 그들의 임무를 실행하는데 있어서의 예술사상적 선전ㆍ지도를 수행한다.
  물론 대중조직과 지도조직은 모순적으로 그러나 유기적 결합ㆍ통일되어 있다.
  대중조직과 지도조직이 위와 같은 기능으로 질적 구분되는 이유는 저간의 대학문예운동이 정치적 임무에의 보조적 수단적 역할로 한정(?)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 그것을 극복할 필요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운동의 임무에 충실히 복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나타난다.
  문예운동의 정치투쟁 보조기능적 역할로의 한정이 문예운동진영의 질적 저하로 나타나는 현실을 전문문예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데 그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지도조직이 담당하고, 학생운동에 복무하는 역할을 대중조직이 담당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문예운동은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자신들의 예술적 선전ㆍ선동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학문예운동에 대한 사상적 지도는 학생운동의 지도조직 속에서 찾아진다. 학생운동 유기적 결합이 없이는 문예운동의 특수성을 빙자한 독단성이나, 그 역편향으로서 정치추수주의-문예운동 내부의 동력으로 정치행동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정치행동도 외적 압력에 의한 것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가 나타나게 된다. 노동해방의 보편이념이 대학문예운동에서 표출되는 경로는 학생운동의 임무에 대학문예운동이 복무함으로써 획득될 수 있는 바, 그렇게 됨으로써 대학문예운동의 노동해방문예적 역할 또한 수행되는 것이다.
  한편 전문문예조직의 지도가 필요한 이유로써 대학문예운동이 전체 변혁운동에 기여하는 내용을 지적할 필요가 있겠다. 대학문예운동은 문예운동의 특수성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를 갖는다. 그것은 노동자계급과 민중을 문화의 소유자로 세우는 과제 부르주아보다 월등한 미적 질을 갖는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문화를 건설하는 과제를 갖는다. 이 과제는 물론 노동자계급을 미학원리로 하는 당파적 현실주의에 대해 과학적으로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노동해방문예는 대학문예운동의 과제와는 무관한 외적문예이념일 수 없다. 노동자계급을 미적원리로 하는 노동해방문예는 학생운동과 일치점을 찾음으로서 전체변혁운동, 나아가 우리의 현실적 과제인 대학문예운동에서의 노동해방문예의 관철을 담보할 수 있게된다. 그 과정을 통해서만 당연히 전위적 지도조직의 건설 경로는 구체화된다. 결국 우리의 문예운동에서 시급한 과제는 정치지도조직과 문예지도조직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둘은 변혁운동의 내용에서 역사적으로 함께 있어왔으며 통일된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에만 대학문예운동 나아가 노동해방문예의 예술적 특수성은 올바르게 위치 지어진다.

  나정연<한양대 90졸ㆍ문예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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