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지향적 정치ㆍ경제 구도를 실현해야

  1. 대변혁기의 우리사회

  세계는 지금, 미ㆍ소를 중심으로한 자본주의와 국가사회주의간에 체제우월경쟁(대결)의 시대에서 체제수렴(화해)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발전의 역동성은 체제경쟁으로부터 경제적 신민족주의 경쟁으로 대체되고 있다. 세계사는 결코 발전없이 정체되지도 않고, 경쟁없이 발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세계사의 흐름을 절호의 기회로 감아, 새로운 발전(선진화)의 계기를 틀어 쥐어야 하는 절박한 전환기를 맞이 했다. 그것은 남북간의 대결과 체제경쟁의 시대에서 화해와 통일의 문을 열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각부문에서 권위주의와 반민주성을 극복해서 선진(한국의 경제민족주의 승리)대열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의 사회경제체제는 (후진)자본주의였지만 분단속의 체제경쟁을 배경으로 한 반공을 핑계로, 개발독재를 지속하면서, 독점적 외향적 성장을 가속시켰다. 그 결과 과정의 숱한 오류와 결과의 극심한 불공평에도 불구하고 일단 공업화에 성공하여 신흥공업국가 또는 중진자본주의 성공의 예가 되었다. 따라서 아직은 경제적으로도 선진자본주의권에 서지 못했지만,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각 부문에서 민주화요구와 통일의 기대는 다른 어느 때 보다도 가열되고 있다.
  경제적 중진화는 선진국의 도전을 받아 지속적 성장제약에 직면하게 되었고, 대내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면에서 분단과 반민주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따라서 대외적으로는 우리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되었고, 대내적으로는 통일과 각 부문의 민주화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대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대전환기적 우리정치경제구도로 보아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이념과 구도가 없다. 비록 이념(대결)소멸시대의 세계사 흐름속에서도 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로써의 다른 이념추구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상으로써의 이념추구는 언제나 절실하고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련과 동구 여러나라의 국가사회주의실패를 이유로 이념을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되고 또 그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비록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자유기업주의를 전폭적으로 신뢰하여 경쟁력을 회복하고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한 신자유주의에 눈을 돌리면서 우리의 정치경제구도를 그려보는 시각은 매우 절실하다.

  2. 유력한 정치이념

  분단시대의 우리에게는 남과 북이 오직 선택없는 체계대결적 두 극단적인 이념체제를 추구하는데 그쳤다. 극단적인 개인숭배사상이 지배하는 북의 이단사회주의와 개발독재 또는 권위주의적이고 독점적인 남의 자본주의가 그것이다.
  그러나 북의 이단사회주의는 극도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획일주의와 자유제한 속에서 하향평등의 후진경제수준에 머물렀고, 남의 권위주의적이고 독점적인 자본주의는 상대적 자유보장과 고성장은 이룩했지만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반민중성과 격차심화를 야기했다. 남의 자본주의가 북의 이단사회주의를 이긴 것은 틀림은 없으나, 우리가 이상으로 지향해야 할 이념체제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는 또다시 자유기업주의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경쟁력을 회복함으로써 자본주의모순을 극복한 독일과 스웨덴등의 신자유주의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현재의 서구 선진국 여러나라중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일수록, 계급협조적 정치이념을 지향하지 않고 발전한 나라는 없다. 고전적 의미의 자본주의 정치경제이념과 계급투쟁성을 방치하고서는 어느 사회도 발전하고 조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연적이고 합목적적인 역사 법칙이었다. 반대로 계급독재적 정치경제이념으로도 그 사회가 조화되고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 소련등 동구권의 국가사회주의실험실패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계급협조적 자본주의이념을 추구할 수 있고, 또 현실적으로 그 실험이 비교적 성공한 예가 독일과 스웨덴등 북구 여러나라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독일과 스웨덴등 북구 여러나라가 추구한 정치경제이념은 한마디로 말해서 신자유주의, 사회자본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등이다. 역사적으로보아 신자유주의, 사회자본주의, 성격은 다소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신자유주의 또는 사회자본주의는 정치적으로는 (의회)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노사간의 수평적 대등관계및 사회적 계약관계 즉 협조적 계급주의, 문화적으로는 합리주의와 합리성이 지배하는 정치이념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지닌 신자유주의, 사회자본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는 2차대전후 독일의 부흥과 이 나라의 세계사선도수준도달로 그 가치의 우월성이 일단 입증된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환기의 우리사회정치이념의 대안으로써 사회자본주의 사회민주주의 또는 신자유주의가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서독, 스웨덴, 영국등 서구의 대표적인 사회민주주의계 정당들이 1차석유파동때까지 비교적 장기간 집권하면서 산업민주화를 실현했으나, 1차석유파동이후 행정관료와 국가권력이 비대가 낳은 비효율로 빛을 잃었다는 사실에서 이이념도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곧 신자유주의의 부상을 의미하는데, 상충성을 지니는 효율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실현성을 제시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추구대상이념으로써의 적합성을 결정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자유주의, 사회자본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를 유력한 정치이념으로써, 앞으로의 통일한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3. 새로운 정치경제의 구도(이념)

  우리는 지금 급변하는 세계사흐름속에서 대내적으로 남북이 대결과 경쟁의 시대에서 화해와 통일의 시대를 열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민주화를 완성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경제적 신민족주의 또는 블럭화흐름 속에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민주화를 통해서 국민(계급)적 협조관계를 구축하고 경제의 경쟁력을 극대화하여 경제적 선진화를 이룩해야 한다.
  동서관계개선을 능동적으로 활용해서 남북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고, 효율적인 체제변화를 지향하는 것이 그 하나다. 여기에 대내적인 민주화 완성으로 국민적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또 다른 하나다. 여기에는 200년전, 불란서 혁명의 기본이념인 자유ㆍ평등ㆍ박애정신을 기조로 해서 조화로운 혼합체제를 이상으로 하는 이념추구가 21세기를 지향하는 우리의 과제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한 조건으로는 첫째, 남북이 모두 체제접근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느 체제가 다른 체제를 흡수하고자 하는 것은, 평화적이고 이상적이며 효율적인 통일방안이 아니다. 우리가 북한의 개인숭배적 이단사회주의독재와 경제적 낙후성을 비판하면, 북한은 우리의 부정부패와 사회적 부조리를 비판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모두 자기체제를 부분적으로 부정하고 점진적인 자기변신을 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대안이 곧 신자유주의, 사회자본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 이념추구이다.
  둘째로 우리의 내부적인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내부적인 개혁의 기본방향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민주화 추구이다. 정치적으로는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권이 이념정당에 의해서 교체되는 질서가 정착되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형평을 이룩하여 산업ㆍ대중소기업ㆍ지역ㆍ계층간 격차가 완화되고, 세계적인 과학ㆍ기술선도산업이 육성되며, 환경보존등 생활의 질향상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노사가 상하 또는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이며 대등적 관계에서 자율적 협조관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대립관계로는 성장도 형평도 모두 보장할 수 없다. 문화적으로는 비합리적인 혈연ㆍ지연ㆍ학연이 배제되고 국민의 건전한 정서가 마음껏 펼쳐지는 심정적 동질성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곧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민주화내용이다.
  셋째로는 세계경제질서는 「우루과이 라운드 등 물적ㆍ인적ㆍ서비스등의 교역 모두의 자유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ECㆍNAFTAㆍASEAN등의 블럭화로 반자유무역주의적 경제적 신민족주의 추세가 병행되어 있음에 대응해야 한다. 어쩌면 자유무역주의보다는 경제적 신민족주의성 반자유무역질서가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이기고 선진자본주의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나, 남북통일비용의 원활한 조달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적정한 경제성장이 아직도 절실하다. 이를 위한 기본방향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우리 민족의 우월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과학ㆍ기술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세계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첨단산업기술을 꼭 실현해야 한다. 결국 이념체계의 성공의 가능성은 첨단 산업기술유무와 경쟁력으로 가름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넷째로는 성장의 필요성이 강조된다고 해서 정치경제적 민주화를 희생하거나 독점재벌우위의 정책기조가 정단화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정치경제정책의 기조는 소비자주권이 관철되는 국민위주여야 한다. 축적은 절실하지만, 과정의 정당성이 보장되지 않는 축적은 새로운 정치이념을 구축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질서에 반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시책수립은 「문제해결」시각에서 「가치배분(효율과 공평보장)질서」정착시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4. 새정치경제구도의 전망

  우리는 동서냉전의 시대가 가고 체제수렴기의 우리나라 정치경제구도가 통일지향적이고 지속적 발전성을 지니는 신자유주의. 사회자본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 일 수 있음을 고찰했다. 나아가 그 구체적인 고도도 살펴봤다. 그러나 그 실현은 아직 미지수다. 그 첫째는 남북의 기득정치경제권력담당계층과 국민의 지향성이 이를 밑받침 할것인가의 문제 때문이다. 둘째는 세계정치질서가 냉전시대에서 화해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는 하나, 국지적분쟁을 구실로하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이를 용납할 것인가의 문제 때문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이든 하나의 이념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과정에서의 현실화를 요구한다. 현대정치는 그들의 정책이념을 뒷받침하는 국민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거나, 지지를 부여할만한 선택가능한 이념정당이 성장하지 못하면 아무리 바람직한 이념구도가 구축되어도 현실화에 실패하고 만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세계적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의 그늘에 묻혀 있는한, 미국의 지지없이는 유력한 정치이념일지라도 그것이 선택될 수 없다.
  따라서 바람직하고 발전성이 보장되는 정치경제이념이 실현되기 위해서도 먼저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다고 하더라도 극단적인 개인주의, 지역분파주의, 집단적이기주의, 노력없는 횡재주의, 지속성 없는 한탕주의, 각분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획일주의, 돈과 권력만을 지향하는 황금권력만능주의등이 지배하고 정치경제이념에 무관심하는 국민이 다수이면 발전지향적 정치경제이념의 구체화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기득 정치경제권력담당계층이 권력의 영구화를 꾀하는 한, 국민의 발전지향성이 크게 잠식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발전지향의식이 충만한 국민의식정착, 기득정치경제권력층의 변화수용을 선결과제로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곧 열려있고 깨어있고 민족임을 우리 모두 크게 인식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는 91년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 나타난 것처럼, 미국의 패권주의를 수용하면서 우리의 통일과 정치경제선진화를 지향하는 슬기를 길러야 한다. 부시대통령은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그것은 현재 있는 사실이 아니라 일종의 열망이자 기회이다. 우리는 지금, 과거 어느 세대에도 가져보지 못했던 아주 특별한 가능성이 저만치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소련의 약화와 걸프전을 통해서 얻은 자신감을 배경으로, 패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며 그것을 미국의 이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제정치경제적으로 미국의 패권주의와 그외의 블럭주의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통일지향적 정치경제구도를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국민의 슬기와 단결된 힘을 요구한다. 우리국민의 무한한 가능성에 기대를 걸며, 21세기를 향한 성공을 눈앞에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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