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지식의 실천적 통찰의 장

  -2학기를 맞으며

  방학동안에 마음먹었던 일들을 다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간직한 채 새학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아직도 남은 더위로 강의가 힘들지만 캠퍼스는 젊음의 활기를 되찾았다. 다시 2학기를 시작하면서 우리 대학이 처한 오늘의 현실에서 대학인들이 가져야할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 보자.
  진정 오늘의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87년 6월항쟁을 통해서 민중들이 쟁취해낸 민주화의 성과와 열망이 무참히 짓밟혀 왔으며, 그 바탕에서 솟아난 변혁의 열망들로 지난 강경대군 타살정국이후의 과정과 지방의회선거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안타깝게도 결합의 힘을 상실한 채 분산되어 침체의 길로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오늘의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우리 대학인들이 무언의 약속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모순적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들이 대학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이 어느 사회집단 보다 현실비판적이 되는 것은 대학의 근본이념과 성격인 「지식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에 기인한다. 대학에서 추구하고 있는 지식의 성격은 현실을 주어진 현실 그 자체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천에 의해서 바꿀 수 있는 역사적 현실로 파악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학의 현실과 필연적으로 긴장과 갈등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상아탑의 이념이 말해주는 것은 사회로 부터 대학의 절연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진리탐구자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금기와 제재로 부터 면제된 공간이라는 뜻이다.
  대학은 본래 교수와 학생의 자치에 의한 학문공동체로 출발하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대학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이며 스스로를 찾아야하는 자아탐색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활을 통하여 대학인들은 개인적인 삶의 진실이 공동체적 삶의 진실로 확대되어 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대학인들에게는 수 많은 갈등과 고통, 지혜와 결단들이 요구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 대학의 문제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구조에 의해서 규정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오늘의 상황에서 대학인들이 개인적 차원의 성실성에만 머물고 침묵하고 있는 것은 자기 기만과 허위에 봉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대학에서 추구하고 있는 지식도 어떤 신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살고 있는 민중들이 자신이 취한 현실을 이해하고 역사의 주인으로서 변혁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키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처한 오늘의 현실이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묵묵히 실천해 나가자. 민중들의 열망을 무참히 짓밟는 저들의 물리적 폭력과 이데올로기 공세에 막막해 하기에 앞서 우리는 자신을 다시 점검하고 우리의 결의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대학인들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실천적 관심을 갖고 우리 사회의 절박한 문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하며 그것의 극복을 위하여 대학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가지 활동에 대하여서도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적 생활의 구체적인 경험속에서 실감될 수 있을 때 오직 집단적 실천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