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목(신방ㆍ조교수)

  최근 2-3년동안 학생들의 관심이 부쩍커지기 시작한 것중의 하나가 배낭여행이 아닌가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배낭 여행은 해외배낭여행이다. 방학을 앞둔 각대학 캠퍼스에 해외배낭여행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올 여름만해도 7천명 이상의 대학생이 해외배낭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직 서울의 일부 대학처럼 많지는 않지만 우리학교 학생들 중에도 상당수가 이번 여름 방학에 해외배낭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있다.
  대학생의 해외배낭여행이 이처럼 급증하자 자연히 이를 두고 찬반양론의 말도 많아졌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이만큼 살게 되었으니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 견문도 넓히고 국제적인 안목을 갖추는 것이 개인으로 보나 국가 전체로 보나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반면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해외배낭여행이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도 생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학생에게는 사치라는 주장이다.
  두가지 주장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결국 동전의 앞뒷면중 어느 면을 더 중시하느냐 하는 차이일 것이다.
  문제는 대학생의 해외배낭여행이 갖는 원칙적인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많은 부작용이 따르고 있는데 있다.
  여행 경비를 자신이 해결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함으로써 학생들간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든가, 여행대상국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출발함으로써 여행의 참목적을 살리지 못한다든가, 양식없는 행동을 함으로써 한국인의 인상을 흐려놓는다든가 하는 것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구데기 무서워서 장 못담근다 할까,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을 억제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부작용은 그것대로 해소해 나가면서 건강한 배낭여행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격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 원래 배낭여행은 글자 그대로 배낭하다 짊어지고 최소한의 경비로 즐기기보다는 배운다는 자세로 하는 여행을 의미한다. 여행이 향락이 아니라 배움의 연장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배낭여행을 배척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본다. 더욱이 배낭여행이 최소한의 경비로 고생하며 하는 여행일진대 돈은 없지만 건강한 신체를 지닌 대학생에게는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여행형태일지도 모른다.
  사실 필자는 요즈음 대학생들을 보면 부럽다. 마음만 먹으면 이 지구상에 극히 몇나라를 제외하고는 못갈 나라가 없는 것이다. 팔구년전에 필자의 유학시절 일본인 친구가 여름방학을 이용해 배낭하나 짊어지고 동구의 사회주의 국가들을 여행하고 왔을때 그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소피아가 어떻고 부다페스트가 어떻고 하는 그 친구의 말에 나는 그저 먼산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행자체는 좋은 것이다. 조금이라도 배우고 느낀바가 있다면 그 여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행이란 자신의 책임하에 전적으로 자신이 수행하는 과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행경비는 가급적 자신의 힘으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하고 여행도중의 모든 행위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대학생의 배낭여행이라면 결코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생각하고 배우는 여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 원고를 청탁받기 조금전에 유럽여행을 다녀온 우리 학생으로부터 잘다녀왔다는 귀국 인사를 받은 터였다.
  건강한 얼굴로 귀국한 그 학생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난뒤 느낌은 그가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배웠구나 하는 것이었다.
  문득 머리를 스친 것은 저 아이들이 다른 나라가 아니라 이 나라 나머지 반쪽 땅을 저렇게 배낭하나 짊어지고 다녀올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이었다.
  사족으로 한마디 더하자면, 남자대학생의 경우 병역미필자는 해외여행을 할 수가 없어서 배낭여행족의 70%이상이 여학생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병역미필 남학생에게도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젊음이란 영원히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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