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웃음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개의 정부, 두개의 제도 연방제로 조국을 통일하자』
  지난 5일 진주와 목포에서 출발한 연방제 비핵군축, 통일 선봉대(이하 통선대)가 10일 대전에서 합류하였다.
  『민주학생 여러분! 학생의 본분으로 돌아갑시다. 용기있는 행동을 보일 때입니다. 즉각 해산하시기 바랍니다.』
  푸른색의 전경들과 그들 사이에서 들리는 무선방송은 대전역 광장을 메우고 있는 전경버스 만큼이나 형식적인 것이었다.
  비폭력을 외치는 시민들에게 또 다시 최루탄으로 대항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이 원하는 통일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고, 우리 새끼들 다 죽네. 네 놈들은 부모형제도 없는 놈이냐! 통일하자는데 왜 길을 막는거여』
  전경들을 밀어내고 부상당한 학생을 구출(?)해 나오면서 절규하는 시민의 모습은 민족의 통일염원을 그대로 반영하고도 남았다.
  통일열기로 가득찬 중앙로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통선대원들의 어리광섞인 통일의 몸짓은 통일에 침묵하던 전경들의 입가에 웃음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조용히 부르시던 한 아주머니는 연방제 통일방안과 비핵군축에 대한 통선대원의 설명을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려면 미국놈들이 가야 혀. 전쟁이나 하려는 놈들 때문에 통일이 안된다니까』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이 참말 2만원밖에 안되는겨?』
  평양도 이웃이라는 아주머니와 최루탄연기 사이에서 음료수를 들고 나오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통일의 날이 멀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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