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값 못하는 택시, 서비스는 어디에?

 
  몇 주 전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기자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게 됐다. 평소에는 무리 없이 걸어 다니던 길이지만 양 손 가득 짐을 들고 있어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 무렵 깜짝 놀랐다. 마트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이십 분, 차를 타면 십 분도 안되는 짧은 거리다. 택시를 타봤자 기본요금에서 몇 백원 더 나오는 정도였는데 그날은 요금이 3천원도 넘게 나온 것이다. 잠깐 어안이 벙벙했던 기자는 곧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평소에 택시를 탈 일이 별로 없어 택시 기본요금이 2800원으로 올랐단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잊었던 사실을 기억해내자마자 뇌리에 수많은 친구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기자처럼 늦잠을 사랑해 대전에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버스처럼 이용하는 기자의 친구 A양. 친구들과 돈독한 우정을 다질 술자리를 놓칠 수 없어 버스 끊긴 밤거리를 방황하다 콜택시를 부르곤 하는 친구 B양. 그 외 택시를 애용하는 많은 친구들. 기본요금이 인상된 데다가 미터기가 올라가는 거리도 짧아졌으니 틀림없이 그 친구들은 용돈을 택시비로 날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택시비가 인상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번 달 택시비로 얼마를 썼네 마네 하는 얘기로 휴대폰 대화방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택시에 대한 갖은 짜증과 불만이 가득 담겨있었는데, 의외로 택시비보다 서비스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 택시비가 비싼 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 택시들은 서비스 정신이라도 투철하지. 외국에서는 택시를 잡으면 기사들이 다 알아서 트렁크 열고 짐도 실어준단다. 우리나라 택시는 승차거부는 물론 카드 택시라고 버젓이 써 놓은 택시에서도 카드를 내밀면 눈총을 보내는 기사가 많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있다. 바로 친구들의 무차별 불만 발언이 그냥 투정이 아닌 대부분 사실이라는 것이다. 택시 서비스의 질은 우리 사회에서 항상 거론되는 문제가 아닌가. 우리 주위에 불친절한 태도로 카드 쓴다고 눈치 주는 택시기사를 안 만나본 학우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택시를 탈 경우 기사가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로 돌아갈까봐 눈을 부릅뜨고 길을 살피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택시기사들이 훨씬 많겠지만 어느 순간 우리에게 택시기사는 대개 불친절하고 카드를 쓰면 싫어하고 난폭운전을 하며, 손님을 버젓이 태우고도 가끔 욕을 내뱉는 존재로 인식됐다. 택시는 지각의 위기 등에 이용되긴 하지만 그다지 달갑지 않은 교통수단으로 전락했다. 
  이왕지사 택시비는 인상된 것 이제 와서 택시비가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항시 50% 폭탄 세일! 이러면서 가격을 내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제발 가격에 걸맞는 질높은 서비스를 보여주길, 짐 들어 주는 것까지는 기대도 안 하니 승차거부 없고, 카드 쓸 때 눈치만 주지 않길 바라는 것이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송송이 기자 song0013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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