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각종 연쇄살인 사건들로 인해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범죄예방을 위한 방법으로 경찰행정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런 기존의 방식을 뒤엎고 환경설계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는 ‘범죄예방 디자인’이 등장했다. 바로 낙후돼 위험한 도시공간을 경제적·사회적·환경적으로 재생시키는 범죄예방 디자인, CPTED다.

  해외에서 시작된 CPTED바람 
  CPTED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1년 레이 제프리의 연구로부터다. 디자인과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범죄가 감소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연구는 시작됐다. 레이 제프리는 도시설계와 범죄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밝혔고 이를 바탕으로 CPTED를 범죄예방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심각한 사회범죄를 경험했던 미국을 선두로 CPTED는 도시디자인과 연계돼 적극적인 범죄예방의 방안이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의 경우 조명개선, 울타리 보강, 안전장치가 된 출입구, 건물의 외부수리 등에 노력을 기울여 지역주민들이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CPTED를 시행하고 있는 또 다른 나라, 일본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도시계획단계부터 일반 주택, 학교 및 시설물 등에 CPTED 원리를 철저하게 도입한 일본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안전국가로 발돋움했다.

△계단에 그림을 그려 동네를 유지관리하고 있는 염리동의 예
△동네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변화를 준 담벼락
  환경 이용해 범죄 막는 CPTED 
  오랜 시간동안 학자들은 비행과 범죄에 대해 꾸준한 과학적 연구를 펼쳤다. 그 결과 다양한 범죄이론들이 정립됐다. 그 중 환경범죄학은 범죄의 발생이 개인의 행동과 특성이 아닌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특정 환경이 범죄기회를 제공한다는 말이다. CPTED 역시 환경범죄학으로부터 파생된 개념이다. 한밭대학교 도시공학과 임윤택 교수는 “가령, 특정 장소에서 강도와 폭행이 상습적으로 발생한다면 그 장소를 변화시키면 된다. CPTED는 범죄예방을 위해 건축·환경을 개선하자는 간단한 원리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CPTED의 여러 원리 중 활용성의 증대와 유지관리의 원리는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다. 전자는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감시를 강화하는 개념이다. 임 교수는 “실례로 대전시 서대전공원에서는 범죄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는 주민들과 점심시간 마다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어김없이 공원을 가득 메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간접적 감시를 통해 범죄가 예방되는 것이다.
  또 다른 원리인 유지관리는 시설물이나 공공장소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황폐화되거나 버려진 듯한 인상을 주는 공공장소는 통제나 관심부족을 표시함으로써 범죄발생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철저한 유지관리를 통해 범죄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다. 1994년 미국 뉴욕시는 연간 수십만 건에 달하는 중범죄로 도시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이에 뉴욕시장은 거리의 낙서를 지우고 깨진 유리창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뉴욕시는 범죄발생건수가 75%나 떨어졌고 악명 높았던 과거의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처럼 시설물과 공공장소를 유지관리 하는 작은 노력으로 도시 전체는 변화할 수 있다. 임 교수는 “CPTED의 원리를 상황과 장소에 맞게 활용하면 주민들의 생활이 안전해지고 동시에 주거환경은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곳곳의 안전도시를 꿈꾸며
  과거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기에 아파트를 위주로 한 주택공급이 이뤄졌다. 이런 주거환경 시스템은 21세기에 들어서며 질적인 향상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주거환경에 주민들의 커뮤니티 활성화와 환경보전, 미적 디자인 그리고 범죄로부터 안전성 등이 중요시 되며 우리나라에도 CPTED가 도입됐다.
  현재 CPTED는 우리나라 주거단지설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테마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중앙정부 및 지자체에서 마련한 CPTED 제도의 실효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임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CPTED를 적용한 사례가 적고 적용한 곳일지라도 실효성을 증명할 수 있는 통계적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리나라의 CPTED를 보완하기 위해서 도시 설계에 지구단위 계획을 추가해야 한다. 지구단위 계획은 건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건물의 형태, 색상, 지붕의 각도 등 조건 하나하나를 사전에 만들어 놓는 것이다.
  하지만 CPTED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참여다. 모든 건축도시설계는 주민들이 설계초기부터 참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주민들의 의견이 CPTED의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게 한다. 임윤택 교수는 “CPTED를 추진할 때 적극적인 주민의 참여가 동반된다면 더욱 안전한 주거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오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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