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감독 김지영(전기공학ㆍ87) 동문을 만나다

 
  작년 말, 우리나라 100년의 현대사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2년동안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타 다큐멘터리와 달리 유튜브에서 모습을 공개했다. 본편 1부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중적인 면모에 대해 다뤘고, 번외 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 경제성장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조명했다. 역사적인 해석이 분분한 인물들을 다룬 만큼 <백년전쟁>은 나오자마자 보수와 진보의 의견 대립이 뜨거웠다.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이인호 아산정책연구회 이사장은 “<백년전쟁>은 나라를 건국한 사람을 반민족 세력으로 규정하는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다큐멘터리계의 뜨거운 감자, <백년전쟁>을 제작한 김지영 감독(전자공학·87)을 만나봤다.

  Q1.민족문제연구소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민족문제연구소의 창립 계기를 말하기 위해서는 임종국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임종국 선생은 우리나라 친일연구의 개척자로, 친일의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한 인물이다. 하지만 결국 기득권의 박해를 받고 생을 마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임종국 선생의 장례식에 참석한 역사학자들이 친일청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만든 단체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첫 과제는 친일인명사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친일인명사전은 18년의 긴 세월을 거쳐 제작되다가 재작년 비로소 완성됐다. 민족문제연구소 학자들은 친일인명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다. 그 영상들을 편집할 전문가를 찾는 중 내게 제의가 들어왔다. 그 이후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일에 참여하게 됐다.

  Q2.<백년전쟁>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재작년 공영방송에서 광복절 특집으로 백선엽 장군과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그 중 백선엽 장군은 일제강점기 때 독립군을 잡기 위해 친일파 특수부대 장교까지 했던 인물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를 구국의 영웅으로 미화시키는 다큐멘터리가 날조된 역사를 퍼트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역사를 제대로 바로잡기 위한 대응 다큐멘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백년전쟁>을 기획했다.

  Q3.다큐멘터리 <백년전쟁> DVD를 무료로 배포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처음에는 유튜브에만 무료로 상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한 중소기업에서 사비로 DVD를 제작해 보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 소식이 SNS로 퍼지면서 다큐멘터리가 더욱 알려지게 됐다. 이렇게 외부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DVD 보급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현재 이어가는 중이다. 상업적인 용도보다는 올바른 역사정립을 위해 보급하고 있다. 다큐멘터리가 보급된 후 연구소사이트 회원가입이 무려 수천 건이나 늘었고 후원금도 모이고 있다.

  Q4.다큐멘터리가 상영된 후 조회수가 약 200만을 돌파했다. 예상했던 반응인가?
  <백년전쟁>은 심의에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극장 대신 유튜브에 게재했다. 유튜브가 극장보다 접근성이 좋긴 하지만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볼 줄은 몰랐다. 높은 조회수에도 불구하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이 분포도에서 20대 초반이 현저하게 낮았다는 점이다. 나이 분포도를 보면 25세 이상과 30~4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Q5.현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번외편 <프레이저 보고서 1부-누가 한국경제를 성장시켰는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실적을 모함하기 위한 왜곡이라고 공격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기분은 어떤가?
  어처구니가 없다. <프레이저 보고서>의 내용은 한국의 경제성장이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력이 아닌 미국이 개입한 정책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세력은 <프레이저 보고서>가 경제성장을 일군 국민들의 피땀을 모독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외의 주장들도 비논리적인 반박이라 상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반대 세력들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통쾌하기도 하다.

  Q6.일각에서는 <백년전쟁>에 나온 자료가 조작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비난이 거센 가운데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뉴라이트 학계에서 비판하는 내용의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 나와있는 반박자료들은 대부분 자료가 조작이라고 주장하는데, 상대할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준이 낮다. 그 주장들은 서로 말이 안 맞는 부분들도 많다. 아직은 찻잔속의 태풍이라 대응하기가 머뭇거려진다. 뉴라이트 학계에서 정식으로 움직인다면 그때 대응 하려고 한다.

  Q7.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백년전쟁>을 편집한 영상을 수업시간에 시청각 자료로 사용했다. 이 또한 좌파교사가 학생들을 선동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구의 여교사가 용감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분에 대한 소식을 주변에 수소문했지만 아직 듣지는 못했다. 그 교사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이런 교육이 논란이 되고 징계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Q8.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은 지배층에 협력하는 세력인 콜라보와 이에 저항하는 세력 레지스탕스를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성격이 분명히 다른 두 세력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이런 구성방식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부분이 <백년전쟁>을 나오게 한 핵심사항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들은 독립운동가를 다룰 땐 독립운동가만, 친일파를 다룰 땐 친일파만 이야기한다. 이 두 세력은 분명 같은 시대의 세력인데 동시에 다룬 다큐멘터리가 없다. 흰색과 검은색을 따로 놓으면 얼마나 희고 검은지 모르는 것처럼, 모든 사상은 대비와 충돌에서 나온다. 두 세력을 같은 프레임에 놓았을 때 나올 에너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또 일제강점기 때 친일세력(콜라보)과 독립운동세력(레지스탕스) 두 축을 보면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파악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의 친일파 세력은 고스란히 독재 세력으로 이어져 지금의 보수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진보세력은 1980년대에 갑자기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뿌리는 독립운동가 세력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알려주고 싶었다.

 
  Q9.지금까지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편만 나온 상태다. 앞으로 계획한 것은 무엇인가?
  <백년전쟁>은 본편 4부로 구성돼 있으며, 이제 1편이 나왔다. 1편에서 1부는 일제강점기까지를 다뤘다. 2부는 이승만 집권기, 3부는 박정희 집권기, 4부는 전두환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를 다룰 예정이다. 100년의 현대사를 훑으며 독립운동세력이 민주화 세력으로, 또 진보세력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짚으려고 한다.
  <프레이저 보고서>는 앞으로 2부나 3부가 더 나올 예정이다. 박정희 집권기까지의 더 깊숙한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감독인 나 또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은 상영 직후부터 연일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지영 감독은 <백년전쟁>의 제작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진지하게 지난 역사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김 감독의 눈에서 그가 이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 갈피를 잃고 표류하는 한국의 근대사가 제대로 된 물길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 100년이 지난 지금도 첨예한 이념 대립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모두가 모른 체하던 부분을 긁어준 것은 확실하다.
 

글/안수진 기자 luckysujin@cnu.ac.kr
사진/정충민 기자 bluesky0876@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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