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읽을 수 있는 역사 꼭 오늘 봐야 할 역사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서중석
웅진지식하우스
  어떤 일의 출발선상에 서있을 때,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역사책을 권한다. 특히 보다 자유롭게 한걸음 내딛는 20대에게 추천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은 과거 누군가 한번쯤 해봤을 것이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한 사회 또한 과거 사회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다양한 한국사의 장면들 속에 독자들을 데려다 놓는다. 꿈같은 해방 이후 독립된 우리 정부를 세우려는 지도자들의 회의에서부터 역사 여행은 시작된다. 국가의 방향을 정하는 그 자리의 긴장감이 그들의 언행에 무게를 싣고 전해진다. 그렇게 해방 이후 새 사회에 대한 열망은 높았지만 실제 해방 직후 사회는 불안정했고, 정의롭지 못했다. 이를 반영하는 재치 있는 유행어들도 줄줄이 소개되는데 우리가 잘 아는 ‘사바사바’란 말도 이때부터 자주 사용됐다. 이밖에도 ‘깜깜절벽 전기회사’ ‘텅텅 비었다 배급소’ ‘가져오너라 면사무소’ 등 부패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에는 그동안 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사진, 벽보, 영화·문학 작품소개가 있는데 고리타분하지 않게 역사 여행을 이끄는 역할을 해준다. 쏟아지는 역사적 사실로 자칫 피곤해질 수 있는 여정 안에 보다 편하고 가까이 읽을 수 있는 ‘역사노트’라는 쉼터도 마련해 놓았다. 독자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 역사의 재미를 전하려는 저자 서중석 교수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는 ‘한국전쟁’하면 얼마간의 피해와 사상자가 났다 정도를 배우는데, 이 책에선 전쟁 이후 쏟아진 미망인의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그들의 타락을 다룬 영화 포스터는 야하고 비릿한 이미지를 풍기는 반면, 그들의 정착지를 담은 사진에서는 한없이 안쓰러워진다.
  이러한 역사들은 군사정권에서 민주화를 이루기까지에도 한 땀 한 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 암울한 사회에서 솟구치는 물살의 중심에는 대학생이 있었다. 이들은 박정희 유신체제를 비판하다 ‘간첩’으로 몰려 고초를 당했다. 저자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주의 획일적 교육과 반공이데올로기 안에서 진보적 사상과 학문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역사가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한다.
  한국현대사 여행은 2002년에 막을 내린다. 그리고 어제의 역사가 오늘의 역사에게 말을 건다. 책의 막바지에는 서로 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현재 남북 긴장상태의 완화를 위한 역사적 교훈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오늘의 역사에는 새 정부의 내각이 구성되는 가운데 내정자의 과거 흔적들이 드러나면서 연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과거를 모르면 우리는 그들을 분별할 수 없고, 건강한 정부와 정책도 기대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 분명 역사를 모르는 일은 불안한 미래를 만나는 일이다. 여기 밝은 미래를 권한다. 

주무늬 대학원생기자 snowmoony@gmail.com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