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입의 국제법적 측면

  국제법상 종전을 의미하는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1. 서언

  미국국제법학회가 개최한 「변화하는 세계속에서의 국제법의 역할」이란 주제의 토론에서 미국의 한 노국제법학자는 자신의 생애에서 2차대전 발발 직전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1990년을 전후한 시기만큼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였다고 실토하고 있다. 국제적 감각을 가진 대학자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변화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변화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2차대전이후 세계를 지배하여 왔던 동서냉전의 급속한 약화 내지는 소멸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동서냉전의 백병전장이었던 한반도는 이러한 변화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할 것이다.
  소련을 비롯한 과거 사회주의체제를 가졌던 국가와의 수교, 중국(PRC)과의 경제교류 확대 및 정치적 접근 등의 변화는 불과 몇년전만해도 아무리 비젼있는 학자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과정의 한 결과물로서 한국은 1949년의 첫번째 가입 신청 이래 수차례에 걸쳐 시도하였지만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현하지 못했던 국제연합가입을 이루게되었다.

  2. 역사적측면

  사실 한반도는 일제의 식민지배를 벗어난 이후 국제연합의 설립과 함께 그 기관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남한측으로서는 모스크바협정에 따른 임시정부수립을 위한 미소공동위원회의 실패 후 한국정부수립을 위한 한국임시위원단을 설치하고(1974년), 남한만의 총선거 후 이승만정권이 수립되자 이를 합법정부로 승인한 결의를 채택한 것이 바로 국제연합이었다. 또한 한국동란발발후 적대행위 중지를 명하고 국제연합사령부를 설치하여 국제연합의 이름으로 전투행위를 하였던 과거도 있다. 즉, 한국으로서는 성립과 존립이라는 차원에서 국제연합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국제연합으로서도 한반도문제는 1947년 한국임시위원단설치를 결정한 총회 결의 이후 중요한 의제였다. 이것은 한국전쟁이후 설치된 국제연합군사령부,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한국부흥개발위원단(UNCURK)등의 보조기관들이 자신의 임무수행결과를 보고하고 이를 청취 심리하기 위하여 한반도 문제가 자동적으로 상정되게 된 결과였다. 물론 1975년 이후 자제되기는 하였지만 이 과정에서의 표대결을 위한 양체제간의 출혈경쟁은 심각한 것이었다.
  이러한 불가분의 관계속에서도 국제연합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의 식량농업기구를 비롯한 전문기관에서의 활동을 제외하고는 국제연합의 울타리밖에서 자신의 장래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울타리 안의 모습을 구형하여야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3. 국제법적 효과

  남북한 양체제가 국제연합에 동시 가입하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국제법적인 측면에서는 특별히 어떠한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인가.
  우선 한반도 전체에 미치는 효과를 생각할 때, 첫째는 국제연합 헌장체제하에서 한반도내에 공식적으로 두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승인하게 됨으로써 분단의 법적확인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양측은 자신의 정통성의 우월함으로 주장하며 상대방의 사실상의 존재조차 무시하여 왔다. 이러한 태도의 공식적 포기는 남북 어느 당사자에 의해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제연합헌장 제4조는 평화를 애호하며, 국제연합현장을 준수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국가과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국제연합을 상대로한 관계에 있어서는 남북한 양당사자 모두 국가로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승인받게 되었다.
  실제로 양측은 각각 100여개 국가로부터 국가승인을 받고 있었다는 의미에서 그것이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다만 국제여합의 입장에서는 한반도내에서는 한국측에 대하여만 승인하여 왔던 1948년의 결의의 변경없이 북한에 대한 국가승인이 내려지게 됨으로써 한반도내에 국제연합으로부터 국가로 승인된 두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양측이 법적으로 완전히 분단도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이하여 국제연합에 가입하고 있는 타회원국들중에서 아직까지 남북 양측의 일방 또는 쌍방을 승인하지 않고 있던 국가가 남북양측을 묵시적으로 승인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는 없으며, 마찬가지로 이를 근거로 남북양측이 국가로서의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했다고 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
  둘째는 국제연합이라는 토론무대, 분쟁해결수단, 조정장치를 좀더 능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제연합은 실제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 주로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분야의 경제적 협력을 다루는 경제사회이사회,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국제사법심판소, 필요한 경우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무총장등 다양한 장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제도적 장치들은 가맹국이 아니라 하더라도 문제제기 또는 투표권없는 토론참여가 가능하나 가맹국의 지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국제연합이 국제적 문제, 특히 무력충돌의 정치적 상황을 해결하는 효율적인 기관인가에 관하여는 논자에 따라 다양한 견해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한반도 문제에 귀착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1975년 국제연합 총회에서 한반도무제에 관한 상반된 결의(남북대화촉구와 휴전협정대치 및 항구적 장치의 모색을 요구를 서방측 제안과 국제연합사해체, 남북한 동등한 군비축소, 주한외국군 철수를 요구하는 사회주의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결의안)가 동시에 통과된 것은 그러한 극단을 보여주었다. 민족적 감정으로 보나, 순리로 보나 정당한 당사자측면에서 보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토론의 최적의 장인 남북한 당사자의 직접대화라는 일반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국제연합이 개입되어 있었던 휴전협정과 같은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국젱ㄴ합의 참여가 필요하며, 국제연합의 각종 제도적 장치에서의 비정치적 공동관심사에서의 협조분위기는 직접대화의 분위기를 좋은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국제연합의 분쟁해결능력과 관련한 비판에 대하여 전국제연합사무차장 레반도우스키가 국제연합을 무시하는 것만을 위한 즉, 대안없는 무시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국제평화회의에서의 연설은 시사하는게 크다.
  지금까지의 국제연합의 활동을 평가함에 있어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와 국제협력의 달성이라는 두 큰 목적을 동일하게 평가함은 잘못이다. 확실히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라는 차원에 있어서의 활동은 만족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국제협력의 달성 특히 인권의 보호와 환경보호문제 등과 관련한 국제협력의 달성은 비교적 큰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정치적인 측면이기는 하지만 이념분쟁의 동서냉전시대에 국제연합의 정치적 기능상의 장애요인의 제거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국제연합의 대응에서 보듯 국제연합이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라는 기능수행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유의하여야 할 점이다.
  세번째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의 실질적 감소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순진한 고찰이라는 비판이 있을지 모르나 국제연합의 제1차적 목적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치이다. 이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국제연합헌장조항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규정하고 있는 제2조, 3항과 무력사용 및 무력사용의 위협을 금지하고 있는 제2조 4항이다. 물론 비가맹국의 일부 목적을 위한 현장 준수의무부과의 무력사용금지규정의 국제관습법화로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약당사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의무부과가 인정되지 않는 조약의 제3자적 효력원칙을 무시한 규정자체에 대한 문제점과 국제연합의 울타리밖에 있을 때와 울타리안에 있을때의 심리적, 물리적 강제의 영향력은 다르다는 점을 생각할 때, 남북한 당사자의 국제연합가입은 무력사용가능성을 현저히 감소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남북양측에게 주어지는 부수적인 효과로는 첫째로, 국제연합가맹국으로서 국제연합 각 기관에서의 정당한 대표권을 갖게 된다. 둘째로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에서 이사국피선임권을 가져 책임있는 국제적 지위를 얻을 수 있으며, 세째로 국제연합가맹국에게 자동적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국제사법재판소규정의 당사국이 되는 등의 효과도 지적횔 수 있다.

  4. 과제

  그러나 국제연합은 결코 무임승차되는 기관은 아니다. 우선 정기적으로 각국의 경제력을 감안하여 총회에서 결정되는 예산분담금과 수시로 평화유지군 등의 경비분담을 해야하는 경제적 부담이 추가로 주어진다. 또한 헌장상의 강제조치시의 원조의무, 구게연합직원 및 요원의 활동보장 등과 같은 각종의무가 증가한다.
  한편 한반도는 국제연합과 관련하여 해결되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물론 이것은 국제연합의 관여없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앞서도 지적하였지만 한반도는 여러차례 국제연합과 인연을 맺어 왔다. 한국동란도 그 대표적 예가 되겠는데, 잘 아는 바와같이, 종전 당시 승리가 가능한데도 국제연합국사령부측이 휴전을 강행하려 한다고 반발하여 남한측이 참여하지 않은채 국제연합사령부를 일방당사자로 하고 중국과 북한을 타방당사자로 하는 휴정협정을 체결하였다. 오늘날 일반 휴전합정의 국제법적 성격에 대하여 종전을 약속한 문서로 볼수도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전투의 일시적 중지라고 본다. 이렇게 볼 때 전쟁을 부인하는 국제기구의 두 가맹국간에 전쟁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은 큰 모순이다. 따라서 이것을 국제법상 종전을 의미하는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유엔군사령부를 공식적으로 해체하는 일이 행해져야 한다. 물론 이것은 통일로 가는 전체일정표의 합의만 있다면 동서독이 통일전인 1972년 체결하였던 형태의 양측간의 불가침, 물적, 인적교류등의 모든 제반 문제를 다루는 기본조약으로 흡수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측으로서는 국제사법재판소규정은 당사국이 되면서 재판소와 강제 관할권을 인정하는 임의조항(optional clause)을 수락할 것인가의 여부도 신중히 결정하여야 할 문제이다. 이것이 특히 일본이 이조항을 수락하고 있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분쟁이 완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측면이기는 하지만 국제연합을 구성하는 국가의 수와 성격은 시대에 따라 변하여 왔고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영향도 상당히 변하여 왔다.
  미국의 주도기, 미소의 주도기, 개도국의 표대결에서의 우세기등 다양하게 구분하여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경제적, 정치적 위상도 변하여 왔다. 한국은 선진국도 아니요, 개도국도 아닌 애매한 입장에서 어떠한 태도로 국제사회이 제반문제에 대한 국제연합에서의 토론에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5. 결어

  무력충돌가능성의 감소, 토론및 조정의 장의 확대,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활동 등은 확실히 통일로 가야하는 숙제로 안고 있는 한반도에 좋은 효과를 미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남북분단이 법적으로 확인되고 이로부터 나타날 수도 있는 양국체제에 안주하려는 자세는 단호히 배격하여야 할 것이다. 1973년 9월 동시에 국제연합에 가입하였던 동서독이 통일을 이룬 것은 그로부터 17년이 지나서였다. 동서냉전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상황이라고 하지만 남북양측은 동서독의 경우보다 훨씬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국제연합가입 실현에 흥분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닐 것이다. 가입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순기능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드러난 과제를 해결하려는 다각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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