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인간해방의 기초위에 진행되어야"

  1. 문제제기

  10월 혁명만큼이나 유의미한 사건들의 연속이 작금의 소련의 현실이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아연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85년 이래 진행되어온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첫째, 사회주의의 완전한 실패 즉 자본주의의 완전한 승리로 파악하는 시각과 둘째, 사회주의 발전의 또다른 모습 즉 교조적인 적용과 해석에서 창조주의적인 방법으로의 적용이라는 시각과 셋째, 자본주의에 대한 회귀는 아니지만, 페레스트로이카의 개혁이 사회주의는 지향하지 않는다는 우려의 시각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한 소련 개혁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고르바쵸프는 공산당의 역할과 그 의미성에 대하여 부정한 적이 없는 반면에 옐친으로 대표되는 급진개혁론자들 사이에서는 옐친이 미국방문시 언급하였듯이 『공산주의는 한낱 이상에 불과한 것이며 지상에서 분명 소멸되어야 할 악』으로 규정하며 즉각적이고도 전면적인 공산주의 포기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이나 의도에 관한 논의는 한낱 주관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으므로 6년간 실제로 진행되어온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해 현실적 적용의 의미를 고찰해 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요구되어지는 것이라 하겠다.

  2. 페레스트로이카의 기원과 한계

  지난 7월 26일  고르바쵸프에 의해 상정된 소련공산당의 신강령은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의 내용을 축약한것으로 평가된다. 당의 지도이념, 경제질서에 대한 부분, 그리고 정치개혁에 관한 그의 사상이 그대로 반영 되고 있다.
  근본적인 개혁(페레스트로이카)을 성취하여 사회주의를 올곧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합리적 충분성에 입각한 군의 감축과 개혁에 기반하여 부패한 관료제의 회복과 인민의 창의성ㆍ자발성을 증신시키기 위하여 민주주의 확립이 요구되며 또한 기존 계획경제질서의 해체와 그에 따른 시장경제질서의 도입과 혼합경제(소유형태에 입각하여)의 도입이 동시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혁의 진행과 성공을 위해서는 신사고, 즉 합리주의와 계급의 당파성에서 탈피하는 신사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하여 상세하게 고찰해 보자.

  1)경제개혁의 문제

  소련사회의 경제는 공장가동율에서 보이듯 어느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사회주의 자체의 모순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또다른 시각의 논의를 필요로 하겠지만 우선 소련의 경제상태가 악화된 요인들을 살펴보면 국내적 요인으로 첫째, 스탈린의 방식 즉 중공업 우선 정책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중공업 우선 정책은 급속한 공업화를 이루었고, 노동자들의 생활도 안정시켰지만 중공업 발전을 경공업과 농업의 발전으로 연결시키는데에는 실패하였다. 둘째, 계획경제 시행에 있어 수요공급의 조절이 실패하였다. 인간의 욕망변화는 결국 수요의 예측을 어렵게 하였고 여기에 소련 관료제의 발달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였다.
  외적인 요인은 첫째, 자본주의 국가들이 세계시장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해소하고 있는데 반해 소련에서는 이것이 불가능 하였고 둘째, 70년대 유류파동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요인들에 의해 피폐된 소련 경제를 개혁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사적소유와 시장경제체제의 도입이 등장하였다. 소련의 개혁주의자들은 경영의 책임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사적 소유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결국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소유의 확대로까지 발전하면서 더구나 시장경제체제가 도입되면서 계획경제의 타율성이 감소한 반면 자율성이 증대되어 사적소유에 따른 문제가 대두되었으며 시장경제체제의 도입은 생활필수품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노동자 생활수준의 저하와 극빈층을 발생시켰고, 관료주의의 부패가능성을 증대시켰으며, 생산력의 지역적 불균등 발전등을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2)정치개혁의 문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의회제 민주주의를 형식적이라는 관점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는데 오늘날 사회주의국가에서 민주주의가 결여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할 수 밖에 없다.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한 사회주의 국가, 특히 소련에서 민주주의가 결여하게 된 요인은 첫째, 사회주의 초기 건설과정에서 농민계급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야 했다는 점, 둘째, 점차 소비에트의 권력이 당에 의해 대체되어 나감으로써 결국 당이 국가를 관리하게되어 민중의 정치참여가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레닌에서는 프롤레테리아 독재란 근로인민을 중심으로 하는 소비에트에 의한 독재를 의미했으나 스탈린에 의해 프롤레테리아 독재는 곧 당의 독재로 변화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출발점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지향하는 정치개혁이 위치한다. 민주적인 정치개혁은 곧 계급독재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구비례에 의한 선거. 정치적 반대당의 인정. 당의 관료에 의한 통제권의 포기. 그에 따른  민주들의 관료에 대한 통제권의 회복에 의하여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우선 민주주의의 요체는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인간해방의 가장 바람직한 길을 모색하는데 있다고 본다면 현재 소련의 개혁론자들이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부추기면서 서구의 간접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민주집중제의 원칙에서 현재 소련은 집중보다는 민주를 강조해야 할 상황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의회제 민주주의 틀안에서 오직 합법적인 방법에 따라 활동한다」는 신강령이 직접민주주의를 신장시킨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사회주의는 왜 자본주의의 의회제 민주주의를 형식적 민주주의로 경멸하고 있었던가 하는 관점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존재하는 상황하에서 또한 사회주의의 완성이 요원한 이 시점에서 형식적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제도도입에 대한 유인물 내지 결과물이지 결코 사회주의 발전에 따른 결과물은 아닌 것이다.
 
  3) 신사고의 문제

  소련 개혁론자의 신사고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과거의 정치적 사고방식에서 수단도 그 자체로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말하자면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고, 둘째는 당파성보다는 객관성을 중시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인식론에서 당파성과 객관성의 역할이 원칙적으로 나타나지만 그동안 당파성이 일방적인 우위를 차지해 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다.
  과거 스탈린주의는 당이 진리를 독점하였고, 바로 그 때문에 당파성과 객관성을 제 위치로 복귀시키자는 것이다. 핵파멸의 위험에서 계급적 이해관계보다는 보편적 인류애를 앞세우자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첫째 신사고에서의 합리주의적 정신이 인간해방이 경시된 생산력 발전만을 위한 부르조아적 합리주의론으로의 퇴행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현재 소련개혁주의자들의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은 생사력의 발달에만 정향되어 있을 뿐 생산력의 통제 혹은 인간적 사용의 문제에 대해서는 경시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개혁론자들이 과학적 인간론을 완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개혁방향에 대한 우려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둘째 당파성보다 객관성을 중시하는 것이 스탈린시대 당의 진리독점에서 파생된 문제들의 근본을 극복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즉 신사고가 발전된 당파성을 어떻게 확보해낼 수 있느냐는 그 방법 혹은 플랜을 제시하지 못한채 합리적 객관성만을 강조한다면 변증법적 사유에서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것은 또한 당파성이 인식에서 중요시되는 요인 즉 인간의 감정ㆍ욕망이 과학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게 되므로써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될 위험을 내포하는 것이다.

  3. 논의를 마치고

  소련의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의 진보인가 퇴보인가, 3일간의 정변이후 분명 급격한 개혁논의가 부상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개혁의 속도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소련공산당의 해체와 공화주(州)의 독립요구의 증대로 연방의 존립기반이 크게 약화되는 등으로 미국을 위시한 자본주의 국가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금 제국주의의 위협 또는 원조형태를 띤 영향력하에 놓일 위험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현재와 같이 인간에 대한 변혁 노력이 결여된채 진행되는 변혁은 위에 열거한 우려대로 진행될 것이며 그것은 사회주의의 실패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통독후 54%의 독일인(동독민)이 자본주의하에서 고민과 갈등에 쌓여 있는 것을 목격한다. 사회주의적 인간 형성 없이 사회주의의 발전은 불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주의의 우월성은 그것이 인간의 창의성과 자발적 노력에 기초하여 아울러 발전한다는 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가 갖는 다시 말해 소련의 변화가 갖는 근본적 문제는 인간로에 대한 과학적 해명이다.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개혁은 자본주의로의 퇴행이상의 의미는 갖지 못한다고 본다.

  신성규(정외ㆍ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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