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버폴 아티스트 서진옥 작가와의 만남

 
  쓰레기 하면 더럽고 냄새 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 생활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하기도 한다. 바로 페이버폴 아트를 통해서다. 페이버폴 아트는 재활용품을 이용한 환경 예술이다. 국내 최초 페이버폴 아티스트 서진옥 작가에게 환경을 변화시키는 페이버폴 아트 이야기를 들어봤다.

  친환경 예술 페이버폴 아트  
  분홍색 날개에 검은 부리. 실제 플라밍고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작품 <이뻐>는 놀랍게도 버려진 티셔츠로 만들어졌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페이버폴 아트인 것이다. 페이버폴 아트는 일반 미술품이 아닌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드는 친환경적인 예술이다. 버려진 옷, 플라스틱, 유리, 스티로폼, 콘크리트 등 어떤 재료도 무궁무진하게 사용된다.
  페이버폴 아트는 페이버폴 물감을 이용해서 만든다. 페이버폴이란 80%의 천연고무와 20%의 물을 원료로 이뤄진 물감이다. 그래서 인체에 무해하며 물감이 묻어도 미온수로 씻으면 깨끗이 없어진다. 또한 페이버폴 물감은 재료를 빨리 굳히는 특성을 갖고 있어 작업 시간은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작품을 빨리 굳게 하기 위해 보통 헤어드라이기가 이용되곤 한다. 그래도 작품 본연의 색과 형상은 그대로 유지된다.
  페이버폴 아트가 처음 시작된 곳은 네덜란드다. 1990년대 네덜란드 아티스트들은 물감의 분해과정에서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화학적인 요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후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일부 아티스트들이 친환경물감을 만들게 됐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페이버폴 물감이다. 페이버폴 아트의 본고장인 네덜란드에서는 해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큰 축제를 진행한다. 축제에서 사용되는 꽃마차와 퍼레이드 카는 시민들이 페이버폴 물감을 이용해 장식한다. 페이버폴 아티스트 서진옥 작가가 페이버폴 아트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서 작가는 “페이버폴 아트는 시민들을 창조적 생활의 길로 안내한 시민 참여형 예술의 발판”이라고 말했다. 페이버폴 아트는 일반인도 배우기 쉬운 생활 속 공공미술로 누구나 예술 활동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환경운동가의 강인함과 예술의 만남
  현재 세계적으로 28개국에서 페이버폴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중 한국에서는 서진옥 작가가 페이버폴 아티스트의 길을 처음으로 걸었다. 그녀는 본래 환경운동가였고, 공해추방운동연합에 몸담은 경험이 있다. 연합에서 그녀가 주로 한 일은 공해피해현장답사를 다니는 것이었다. 피해현장을 답사하며 공해피해주민을 만나고 이를 고발했다. 이외에도 공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려주는 공해반대운동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공해현장 속에서 치열하게 환경운동을 하던 서진옥 작가는 어느 날 캐나다로 떠나게 된다. 캐나다에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영어 때문이었는데 당시 한국에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환경운동가가 적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회의 초청이 와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그녀는 영어를 배우기로 다짐한 것이다.
  캐나다 땅을 밟은 서진옥 작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캐나다는 별천지였다.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지구가 망해도 캐나다만큼은 망하지 않을 것 같았다”며 당시의 기억을 회고했다. 1990년대 공해에 시달리던 우리나라와는 다른, 캐나다의 훌륭한 자연경관에 놀랐다고 한다. 그 뒤 그녀는 토론토에 위치한 그린피스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린피스 활동은 그녀에게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일이 절실한 문제임을 느끼게 해줬다.
  오랜 시간동안 그린피스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던 서진옥 작가는 토론토에서 캘거리로 이주하면서 자연스레 그린피스와 멀어졌다. 시간이 흘러 젊었을 적처럼 열정적으로 환경운동을 할 기력이 없어진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환경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것이 바로 페이버폴 아트다. 페이버폴 아트는 완벽한 삼박자를 이룬 예술이었다. 환경을 생각한 물감으로 ‘다시 사용하고, 바꿔 사용하고, 줄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페이버폴 아트는 그녀의 예술적 감수성과 환경운동가로서의 강인한 기질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결국 그녀는 인생의 마지막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질문에 ‘페이버폴 아트’라는 답변을 얻게 된 것이다.

 
  친숙하고 편한 페이버폴 아트로
  서진옥 작가는 페이버폴 아트를 통한 예술의 대중화를 꿈꾼다. 그녀는 “페이버폴 아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술이다. 전공한 사람만의 것이 아닌 모든 이들의 전유물”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무엇을 상상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명절에 식구 전체가 모여 페이버폴 아트를 이용해 트리를 만든다. 버릴 티셔츠를 이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가족을 위한 선물을 페이버폴 아트로 꾸며 전해주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
  서 작가는 페이버폴 아트의 또 다른 매력으로 치유미술로서의 역할을 꼽았다. 그녀는 작품을 만드는 동안 내면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한 경험을 전했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어떻게 대중들에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그녀에게 숙제였다. 하지만 그녀는 작품을 통해 묵직한 체증을 덜어냈다. “페이버폴 아트를 통해 치유를 받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마음 속 상처들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치유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작업과정 중 자연스레 자신의 미음 속 이야기가 표현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이다.

  현재 서진옥 작가는 국내에서 페이버폴 아티스트를 양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기초부터 시작해 중급, 고급, 자격증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가질 예정이다. 네덜란드와 협약이 된 증명서까지 이수하게 되면 원하는 어느 곳에서든 페이버폴 아트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이달 넷째 주에 그녀의 첫 페이버폴 아티스트 양성교육이 시작된다. 많은 페이버폴 아티스트를 양성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그녀의 최종 목표다.
  서 작가는 “페이버폴 아트가 환경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아닌 일상에서 재활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쓰레기를 줄여야하는 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생활을 변화시키는 예술로 페이버폴 아트가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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