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원인생

안수찬, 전종휘, 임인택, 임지선 저
한겨레출판사 2010
  대한민국에서 가장 값싼 ‘을’ 4인방이 전하는 노동OTL.
  경기도 안산 가전제품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하루 종일 서서 조립을 한다. 분업이 돼있어 얼핏 보면 일은 쉽다. 종일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거나 불량이 없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다 보면 돌아가는 나사를 따라 두 눈이 핑핑 돈다. 파견근로자의 무덤이라 불리는 10번 공정은 이틀 이상 버틴 사람이 거의 없다. 기자보다 늦게 취직한 한 30대 남성은 두 시간을 일하고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  『4천원 인생』은  〈한겨레21〉의 기자들이 ‘노동OTL’이라는 기획기사를 쓰기위해 직접 가전제품공장, 감자탕집 등에 취직을 결심하면서 시작됐다. 우리 사회 콧대 높은 지식인 부류 중의 하나인 기자들. 고생 한번 안 해봤을 그들이 비정규직생활을 하면서 당하는 꾸지람이 잠시나마 고소하기도 했으나 이내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몸으로 때운 비정규직 취재기는 긴장감 도는 액션을 지나 분노의 스릴러,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신파를 넘나든다. 그러나 정작 그 책 안의 사람들은 지루하고 건조하다. 1분만 지각해도 30분치 시급이 깍이고, 반장의 채근 말고는 대화도 없다. 한 달에 12번이나 야근을 하고서도 120만~130만원을 번다. 혹이 있지만 수술을 하면 식당 일을 할 수가 없어 일을 한다. 우리시대의 4천원 인생의 노동에서는 자아실현이나 인간미라는 것이 없다. 이야기 곳곳에는 그저 애처로움 뿐이다.
  고되고 지루한 한 달 간의 일이 끝났다. 그러나 지금도 먹고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이름 모를 노동자가 있을 것이다. 지방대를 다니다 들어온 24살 청년처럼 누군가는 A타임엔 김태희와 B타임엔 전지현을 생각하며 지겨움을 달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노동현장이다.
  지난 방학 내내 경상대 후배는 공장에서 등록금을 벌었다. 이번에 복학한 공대생 친구는 9개월 동안 주야 2교대 일을 했다. 그들도 저런 대우를 받았을까? 4천원 인생은 생각보다 가까이 그리고 아주 많이 우리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다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식당에서 일을 한 기자는 그제서야 신문사에서 일하는 청소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비정규직이 많다는 통계기사도 써보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기사도 써봤을 그 기자는 이제야 비로소 자기 옆의 한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이 책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4천원짜리 이름들을 기억해내게 했다.
  저자들은 이 책을 ‘가장 본질적인 모순에 대한 생살 그대로의 기록들’이라 말한다. 정말 따뜻하게 덧씌우지도 분노해서 과장하지도 않은 생살 그대로의 이야기들이다. 여기서 다 다루지 못한 먼지 가득한 가구 공장 노동자의 생살도, 얼큰한 감자탕집 노동자의 생살도, 무조건 기어야 하는 대형마트 노동자의 생살도 책을 통해 직접 맞대보길 바란다. 그 생살에 당신의 손을 얹어 넘겨가며 4천원 인생의 온도가 온몸을 전율시키는 행운을 빈다.
 

주무늬 대학원생기자 snowmoo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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