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게 농담을 걸어올때

『농담』, 밀란 쿤데라, 1999, 민음사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렇다. 인생의 군데군데 우리의 뒤통수를 치는 덫이 놓여있다. 그것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마침내 걸리고 만다. 그럴 때 생각한다. ‘이것이 농담이라고 말해줬으면!’
 『농담』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비극들을 다룬 밀란 쿤데라의 첫 번째 작품이다. 영국 작가 샐먼 루시디는 “이 아름다운 소설의 예리한 통찰력과 지혜와 희극성을 바르게 판단하기란 불가능하다. 밀란 쿤데라는 명백히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예술가다”라고 그의 작품을 예찬했다.
  이야기는 체코의 사회주의 시대에 루드빅이 마르케타에게 보낸 엽서 한 장으로 시작된다. ‘낙관주의(사회주의 정신)는 인류의 아편이다’고 쓴 내용은, 사회주의에 빠져 자신을 봐주지 않는 마르케타에게 루드빅이 도발을 건 것이었다. 그러나 이 농담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루드빅은 당과 대학에서 내쫓긴 후 군대에 끌려가 인격이 박탈되는 삶을 살아간다.
  루드빅은 농담을 이해하지 않는 자들에 의해 자신의 삶이 일순간 망가졌다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사랑하게 된 루치에가 육체적 사랑을 거부하자 그의 절망은 극에 달해 유일한 희망이었던 그녀를 손찌검 하고 이별을 당한다.
  군에서 나온 루드빅은 복수를 통해서 과거의 비극들을 새로운 행복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심판대에 세운 제마넥의 아내 헬레나를 유혹한다. 그러나 정부를 둔 제마넥이 아내의 부정을 오히려 반기는 순간 루드빅은 깨닫는다. 비극적 농담은 언제 어느 때나 찾아오고, 부분이 아닌 삶 전체를 통해서 점철된다는 것을 말이다. 여태껏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자신이야말로 진짜 농담 같은 존재였다. 
  “나는 실수로 생겨난 일들이 이유와 필연성에 의해 생겨난 일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실제적이라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다. 사실, 내 엽서의 농담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을 때 잘못했던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실수들은 너무도 흔하고 일반적인 것이어서 세상의 이치 속에서 예외나 <잘못>도 될 수 없고 오히려 그 순리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저자 밀란 쿤데라는 『농담』이 사회주의를 비판한다고 하여 출간 후 얼마간 집필활동을 금지 당했다. 그는 자신을 반체제적 작가가 아니라 순수한 작가로 봐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후로도 당에서 여러 번 추방을 당한다.
  루드빅은 소설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삶과 노래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님을 깨달으며 황홀감에 젖어든다. 밀란 쿤데라가 자신의 뒤통수를 친 농담을 승화시킨 방법 역시 이것이 아니었을까. 드라마의 대사가 연이어 생각난다.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이 아니라고.”

박기령 대학원생기자 silverlove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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