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서 미래 농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종자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Golden Seed 프로젝트’를 구축했다. 앞으로 9년간 국고 943억 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런데 이 사업의 총책임자는 영광스럽게도 우리 학교 원예학과 임용표 교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지내고 있는 임용표 교수는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기자를 맞이했다. 그의 원예인생과 더불어 ‘Golden Seed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나의 인생을 원예에 바치다
  임 교수는 지금까지 원예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한길을 달려왔다. 그가 이렇게 원예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어렸을 때 품은 확고한 꿈 때문이다. 그는 “어린시절 우장춘 박사님을 존경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원예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 후 원예과를 지원했는데 떨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서 결국 원예과를 갔다.
  임 교수는 우리학교 원예학과 교수가 된 후, 국내 농업의 발전을 위해 여러 계획을 세웠다. 그는 “10년은 배추 연구, 10년은 게놈 프로젝트의 응용연구, 10년은 육종기반 구축으로 국내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웠다”며 “현재 운 좋게도 배추 연구와 게놈 프로젝트의 응용연구는 모두 이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본인의 목표를 거의 달성한 상태인 그는 그의 원예인생 마지막 목표를 향한 도전을 하려 한다. 바로, ‘Golden Seed 프로젝트’를 통한 육종기반 구축 사업. 그는 마지막 목표를 성황리에 마무리 짓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장기계획 첫 번째, 새로운 배추를 만들어라
  임 교수에게 지난 20년간의 연구 결실을 보게 해준 것은 바로 배추다. 그는 기능성 배추를 만들기 위해 ‘배추분자마커연구사업단’의 단장을 역임하며 약 70억 원의 국고로 연구에 집중했다. 그런데 그는 많은 종자 중에 왜 배추를 택한 것일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배추가 우리 민족이 사랑하는 김치의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우리 국민의 배추 섭취량은 높은데 반해 배추마다 영양과 함유량이 제각각이어서 국민들이 건강하게 섭취를 하지 못했다”며 “많은 사람이 모든 배추의 영양이나 기능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렌지를 예로 들면 오렌지에는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다. 그런데 모든 오렌지에 든 비타민C의 함유량은 동일하지 않다. 배추 역시 종류가 무수하며 기능이나 영양의 함유량은 전부 다르다”고 말했다.
  심지어 나라마다 배추의 영양과 함유량이 다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섭취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발효시켜서 김치로 먹고, 중국은 주로 데쳐 먹으며, 일본은 발효하지 않은 상태에서 샐러드처럼 먹는다.
  이렇듯 먹는 방법이 다양한 만큼 배추마다 초점이 맞춰진 기능과 영양 함유량이 전부 다른 것이다. 임 교수는 바로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실제로 그가 발명한 배추는 100세 시대에 대비해 소비자가 기호에 맞는 맞춤형 기능성 김치를 담글 수 있는 국민 맞춤형이다. 대표적으로 눈에 좋은 루테인이 많이 함유된 배추, 항암에 강한 배추 등이 있다.

  장기계획 두 번째, DNA 염기서열을 밝혀라
  그는 더 나아가서 두 번째 목표인 게놈 프로젝트 연구에 돌입했다. 그 결과 배추만의 고유 유전자 염기서열을 밝히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그런데 과연 이 연구가 과학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는 “배추 자체가 가진 고유의 염기서열은 1003개다. 이 유전적 특성을 이용하면 특허를 내는 등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 기업들은 개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80세에 위암에 걸릴 확률이 70%라는 수치화 추측이 가능해졌고 실제로 이 기술을 이용해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배추를 비롯한 채소들의 염기서열을 밝혀내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임용표 교수의 영광스런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반쪽짜리 성공이 됐다. 그 이유는 중국 베이징 게놈 연구소 때문이다. 이 연구소는 자국의 배추가 아닌 우리 배추의 종자를 갖고 연구했다. 그것도 모자라 중국의 입김까지 들어가 이들의 연구가 메인이 된 상태다. 그는 최종적으로 논문에 이름을 쓸 수 없어서 억울했지만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자. Golden Seed 프로젝트 시작
  그럼에도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그에게 또 하나의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Golden Seed 프로젝트’의 채소종자사업단 단장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그의 원예인생에 있어서 유종의 미를 장식할 마지막 장기 계획이다.
  그는 “현재 국내 종자사업은 매우 열악한 상황으로 로얄티를 내고 수입하는 종자가 더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 시장의 비율을 보면 반도체보다 무려 10%나 비중 있는 분야가 종자사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식량자급도는 28%로 낮은 수준이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 식량자급도가 낮으면 수입되는 식량이 끊길시, 많은 국민이 굶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는 북한보다도 식량자급도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Golden Seed 프로젝트’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인 것이다. 임 교수의 목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종자사업을 육성시키고, 우리나라 식량자급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현 위치와 전망은?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기술 수준은 세계선진국 수준이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의 농업은 좁은 토지를 이용하는 만큼 집약적으로 발전했다. 토양의 구성, 성분분석까지 이미 모든 연구가 돼 있는 상태며 더 연구할 것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농업을 천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다. 임 교수는 연구 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인력난을 꼽았다. 그는 “우리 대학은 농업분야에서 전국 순위 4위일 정도로 높은 데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지원하는 학생이 없다. 심지어 현재 연구를 하는 학생 중 한국인은 단 2명으로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농업 천시 경향은 학생들뿐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Golden Seed 프로젝트’같은 중요한 사업도 복지예산의 증가로 인해 예산을 감축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불가피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계속 전진하려 노력하는 임용표 교수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본보기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들이 인생을 길게 봤으면 좋겠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취업과 여가 중심 사고로 현실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글 / 윤혜민 기자 dgr24@cnu.ac.kr
사진 / 정충민 기자 bluesky0876@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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