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혁으로 지역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1. 지역자치와 경제

  지역자치가 실시됨에 따라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문제와 지역재정의 확충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일뿐 아니라 사실은 논의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새로 구성된 기초ㆍ광역의회와 앞으로 구성될 각급 지역정부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고(권한의 분산) 그 일들을 수행하기 위한 재정적 뒷받침은 어떻게 할 것인가(재원의 배분)를 정하지 않고 일을 할 사람들만 뽑아놓았느니 순서가 바뀐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역자치는 「민주주의 꽃이요 또한 민주주의의 좋은 학교」라고 한다. 그 의미는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 주민자치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는 정치제도이고, 지역의 살림살이에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자원의 효율적이용을 달성할 수 있다는데 있다.
  그러면 지역주민들은 무엇을 하는데, 무엇을 결정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인가?
  지역의회에 진출한 의원들은 당선의 기쁨을 나누기 전에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신호등 설치해 달라, 육교설치해 달라, 공원을 만들어 달라등 지역의 숙원사업뿐 아니라 심지어는 개인적인 민원을 해결해 달라는 주문들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은 바로 지역의회 의원들이 해야할 문제들은 일차적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나 물가의 안정, 안보에 관한 문제들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그리고 피부에 와닿는 문제들로 소위 지역공공재(Local public goods)를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제공해 주는 일이다.
  바로 여기에 지역자치의 구체적 기능이 주어진 것이다. 즉 지역자치는 분권과 자치라는 추상적 정치제도가 지역공공재의 선택과 창출, 그리고 보존관리에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구체화되는 것이다.
  「지역재정이 지역자체의 물질적 기초를 이룬다」는 말이 이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고, 지역재정은 지역경제에 의해 주로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과제가 지역자치의 성패를 가름하게 되는 관건이 된다. 물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조세제도의 개혁이나 법정 지방교부율이 높아지는 일이 없이 지역재정이 주로 현행 지방세제도하에서 지방세에 의존한다는 전제하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2. 지역정부는 재정기능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편에서 보면 국세명목으로 세금을 내든지, 지방세명목으로 세금을 내든 그것이 공공재의 형태로 편익이 되돌아온다면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역재정을 만들기 위해 국세와 구별하여 지방세를 내는 이유는 지역자치의 기능을 수행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자치를 하는 이유는 몇가지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지역행정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정권교체나 기타 정국변동에도 불구하고 지역자치가 사회의 안정성을 더 기할 수 있다는데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규모가 큰 정부보다는 규모가 작은 정부가 주민의 선호에 가장 가까운 서비스공급을 할 수 있어 경비지출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셋째로 중앙정부의 전문화되고 단편적인 행정을 타파하고 행정사무간의 유기적 관계를 제고시켜 통합적이고 일체적인 행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지방정부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하여간 지역정부의 기능은 이러한 이점을 창출하기 위하여 중앙정부 혼자만으로 원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들중의 일부를 분담하게 되는데 현재 중앙정부는 공공질서 및 안전, 국방, 대학교육, 경제행정규제 및 조사등을 담당하고 있고 지역정부의 고유기능은 초ㆍ중ㆍ고교의 교육, 지역사회개발 등에 한정되어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기능은 중앙정부와 지역정부가 함께 분담하고 있다. 이중에 중앙정부의 분담율이 높은 것은 사회보장 및 복지, 주택, 경제사업등이며, 지역정부는 보건과 경제사업중 수도 및 도로등이다.
  이러한 중앙정부와 지역정부간의 역할분담구조를 볼때 자원배분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정부의 재정기능으로 이양되어야 할 기능이 많은 것이다. 예를 들어 복지사업, 주택사업등이 바로 대표적이다. 다시 말하면 중앙정부가 행하는 국방치안 부분과 경제안정, 성장, 소득재분배와 같은 경제정책의 목표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하여 지역정부의 재정기능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이 아직도 많이 있는 것이다.

  3. 지역재정의 취약성

  중앙정부는 지역자치제의 실시에 발맞추어 1,094개의 권한위임 및 이양대상업무를 선정하여 작년말 현재 210건을 지역정부에 이양하였으며 따라서 앞으로 지역정부의 기능으로 이양될 업무가 대단히 많다. 그러나 업무이양은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재원배분의 근본적인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기능배분과 재원배분의 연계성이 저조하다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다.
  우리나라 지역자치단체의 재정의 취약성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이 지역재정의 취약성을 「지방재정자립도」로 흔히 표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1990년 기준으로 서울이 98.7%, 직할시 85.2%, 도단위 46.2%, 시단위 69.2%, 군단위 28.5%, 자치구단위 39.8%로 전국평균 지역재정자립도는 64.8%라고 한다.
  그러나 지역재정의 취약성을 나타내주는 지방재정자립도라는 개념은 매우 적합하지 않은 개념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재정자립도라는 것은 총세출중에서 지방세수입과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는 것으로 중앙정부가 지역정부에 일반재원으로 주는 지방교부금과 양여금 및 보조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정자립도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역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얻어다 쓰는 재원이 많은 많을수록 자립도는 낮아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말하면 자립도가 낮은 지역자치단체일수록 그 자치단체는 현세제하에서 자체의 형편이상으로 중앙으로부터 재원을 얻어다가 지역공공재를 더많이 공급하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극단적으로 말해서 자립도를 높히려면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덜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방재정자립도로 지역재정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지방세 수입이 전체조세수입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90년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의 조세수입중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1%로서 일본(89년)의 35.6% 미국(89년)의 43.3%의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지역재정 수입중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나라의 경우 약 40%로서 프랑스, 일본, 미국, 서독등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역자치의 물질적 기초로서의 지역재정수입은 지방세라는 자체재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점은 중앙재정수입의 많은 부분을 지방교부금, 지방양여금, 보조금 형태로 지역정부에 이양하여 지역재정의 취약성을 해소한다고 하더라도 지역재정을 중앙종속성이 너무 크게 된다는 점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우선 일차적으로 지역재정의 문제점은 중앙정부에 비하여 재원의 크기가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다. 그간 담배세의 지방세화, 지방양여세제도의 도입 그리고 지방교부율을 적용하는데 있어 방위세가 목적세에서 국세로 전환됨으로써 지역재정수입원이 커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중앙재정의 지역재정의 비율은 2:1정도로 이웃인 일본에 비하여 매우 낮은 편이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반대로 지역정부 재정의 크기가 중앙재정에 비교할때 약 7:3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4. 조세개혁과 재정조정 제도의 도입

  제7차경제사회개발계획에 의하면 지역재정의 확충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점을 크게 계획에 담고 있다.
  그러나 첫째로, 조세개혁을 통한 국세의 지방세 전환이나 중요한 세원(예를 들면 소득세나 부가가치세)을 중앙정부와 지역정부가 공유하는 소위 공동세제 도입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고 둘째로, 국세세입의 13.27%를 지역정부로 교부하는 교부율을 그대로 유지한채 ①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의한 세외수입증대 ②지방세율의 현실화 ③특별지방세제 도입등 지역자체수입의 확대를 통한 지역재정의 확충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현행세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역정부는 자체세입을 증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지역정부의 조세입법보장과 국가전체의 재정정책의 일관성유지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될때에 가능하다. 또한 지역간의 개발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 지역간 소득균형이 어느정도 이루어졌을때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첫째로, 중요한 세원인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등을 공동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여 볼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방안의 장점은 일면으로는 납세자가 중앙과 지역정부의 재원을 동시에 조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국가와 지역의 문제에서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국가통합의식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다른면으로는 조세의 소득탄력성이 큰 세종이기 때문에 충분한 세입을 얻음으로써 경제발전과 복지증진을 선도하는 재정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간접자본투자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재정력과 자원의 효율적배분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로, 공동세제도가 국가전체조세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기 때문에 고려될 수 없다고 한다면 주세, 전화세(현재는 지방양여금으로 전액이양), 특별소비세, 개인소득세등 비교적 세원이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경우 지역자치단체간의 수평적 불균형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로, 따라서 중앙과 지역정부간의 세원재정조정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정부간의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를 병행하여 실시할 때 지역자치제를 하는 본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본다. 지역간의 개발격차라는 문제는 지역자치제 정착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기 떄문이다. 이 문제를 지역자치제의 정착과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지역자치제는 잘못하면 지역이기주의를 낳고 국가사회의 통합을 해칠 우려가 큰 것이다.
  지역자치제는 권력구조에서 지방분권을 의미하며 지방분권화는 각 자치단체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통해서 행정의 능률과 경제적 효율성을 증대시켜 지역발전과 후생이 증대될 때 정당화 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전제되어야 할 것은 한마디로 지역재정기능의 확대, 이를 위한 세제개혁이 필요조건이라고 본다. 또한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서의 수평적 재정조정제도의 도입,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역정부의 기능적 보완이라고 보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