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우리의 생이 직결되어 있다.

  가을이 차츰 다가오고 있다. 하늘은 맑고 높아지고 습도는 낮아져서 밤이면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을부터 겨울까지 천문관측이 용이해진다. 낮에 보이던 것들이 어둠에 묻히면 오히려 아주 먼 곳에 있는 별들이 더 잘 보인다. 하늘을 보는 일은 어디서나 쉬운 일이지만 요즘은 어디를 가든지 도시의 불빛으로 하늘을 보는 일도 예전만 못하다. 공해로 우리 환경 어디나 오염되어 가는 이때, 하늘도 예외가 아니게 된 것이다. 10년전만 해도 웬만한 망원경으로 쉽게 관측되던 천체가 오늘날에는 희미하게 보여 관측연구가 그만큼 어려워졌고 천문대는 인적이 뜸한 곳에 지어진다.
  높은 산 정상에 천문대가 위치하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가령 대기가 흔들리고 요동하기 때문에 관측되는 천체의 분해능이 저하되며 그 결과 광학망원경의 크기에 관계없이 이 지상에서 관측하는 경우 분해능이 약1초 정도로 제한된다. 망원경을 크게 하는 것은 분해능을 증대하여 세밀한 영상을 얻고자 하는것이 아니라 빛을 많이 받음으로써 어두운 천체를 관측하고자 하는데에 있다. 높은 산에서는 대기의 밀도가 낮아지므로 대기의 효과가 줄어 분해능이 향상된다. 천문관측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곳은 달, 특히 달의 뒷면이다. 달에는 대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달에 존재하는 대기의 총량은 아주 작아서 큰 실내 경기장에 포함된 대기정도에 불과하다. 달에는 대기가 없다는 사실은 전파관측에도 지대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지구의 이온충과 같이 외계에서 들어오는 저주파를, 즉 진동수가 30MHz이하의 단파를 반사하지 않으므로 그 결과 지구에서는 관측되지 않는 저주파를 관측할 수 있다. 더 나아가는 같은 이유로 지표에서는 관측되지 않는 X-선, 감마선, 자외선 관측이 모두 가능하다.
  해발 3천미터 고지에 위치한 천문대에서 밤에 홀로 관측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구름은 대개 지상 1천미터 근처에서 형성되므로 이 고지에서는 하늘에 구름이 보이는 날이 극히 드물다. 물론 공기의 밀도가 매우 낮아져서 심한 운동이나 흡연은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더군다나 기억력 마저 현저히 떨어진다. 모든 일을 메모해 놓아야 하며 「조용한」생활만 해야 한다. 찻잔을 들고 밖에 나가 서면 하늘엔 글자 그대로 수 많은 별, 별무리, 뿌연 은하수들이 온 하늘에 가득차 있다. 찻잔에도 별빛이 어리어 차를 마시면 마치 별을 마시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대기의 요동이 지극히 작기 때문에 별들은 반짝거리지 않고 오직 찬란한 빛의 쏟아짐으로 보인다. 들리는 것은 오직 자신의 호흡과 심장고동소리ㆍㆍㆍㆍ. 누구든지 여기에서면, 우주의 광대함과 신비를 경외하며, 지상에서의 우리의 삶이 얼마나 혼탁하고 경건하지 못한가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디디고 사는 이 땅과, 머리를 들어 호흡하는 대기가 얼마나 연약하고 변질되지 쉬운가를 우리는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 망망하고 깊은 바다라고 하지만 이구의 크기를 사과에 비교하면 바다의 깊이나 대기의 두께는 젖은 손으로 사과를 만져서 형성되는 물의 얇은 막의 두께에 불과하다. 문명이 발달되면서 인간의 자연파괴의 능력도 증대되어 목전의 이익에 사로잡혀 바다와 대기가 대량으로 쉽게 오염되어 간다. 자연은 무한히 아니라 유한하며 깨어지기 쉽고 이러한 자연에 우리들의 생이 직결되어 있다. 대기와 해양의 오염으로 온실효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 지구 전표면 연평균 기온이 일 내지 이도 상승하게 되면 기후의 안정성은 「급격히」깨져서 사막지대는 확장되고 시베리아는 녹아 들판이 되며 홍수와 한발이 비주기적으로 나타나 농사가 어려워져 식량난으로 기근은 심각해 져서 곳곳에 전쟁과 질병의 소식이 끊이지 않게 될 것이다. 현금의 추세로 보면 이런 파국이 벌써 우리 목전에 와 있다는 경고가 매일 끊이지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이 때가 되면 우리는 하늘의 별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 볼 수 있었던 대를 간절히 사모하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파국의 도래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김광태(천문우주ㆍ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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