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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시집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벚꽃이 흩날리던 날, 그 친구는 나의 얼굴도 보지 않고 내 사물함에 작은 쪽지와 함께 책을 한 권 넣어두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와서 사물함을 확인해보라는 짧은 말과 함께 급히 사라졌다. 파란색 양장이 은은하게 빛나던 시집이었다. 여러 가지 변수들로 꼬이는 나의 삶을 바라보며 힘들었던 시기였다. 모두가 나를 안아주었고 감당하기 버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 친구만은 나의 얼굴도 마주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들려주지도 않았고 눈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묻지 않아 주었음에 감사했고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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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9.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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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에 기고한 지 세 번이나 지났는데, 내 글은 통일성 없이 중구난방이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역시 아직 안정되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쓴 것이 원인 같다. 마감 당일에 급하게 써서 낸 글이 대부분인 데다 투고 텀이 꽤 길어서 이전의 글을 잊기 일쑤다. 내 글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라 이전 글은 기억에서 쉽게 사라진다. 어떤 날은 나름 체계를 잡고 쓰기도 했지만 어떤 날은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기분에 의무감 하나로 글을 써내기도 했다. 그동안 나는 여전히 병원과 상담을 전전하며 살았다. 상담 내용이나 의사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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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6.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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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영화 4번째 시간에는 특별히 영화가 아닌 웹 예능인 머니게임을 다뤄 보려고 합니다. 유튜브 조회 수 최고 849만 회(EP. 5-5.27 기준)까지 찍은,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시청한 머니게임에 대한 생각을 독자님들과 함께 공유해보려 합니다. 머니게임의 원작은 웹툰입니다. 네이버 웹툰으로 배진수 작가가 연재해 작년 1월 10일에 완결한 웹툰입니다. 유튜버 진용진은 해당 웹툰을 현실화하는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규칙은 이렇습니다. 8명의 참가자가 2주 동안 생활하며 단체복을 제외한 어떤 물품도 제공되지 않습니다. 물론 난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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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6.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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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운 날에 팔 사이에 노트북을 끼우고 집 앞 공원에 나왔다. 해는 멀리 보이는 산 너머로 사라졌고 주황색 빛들만이 태양이 이곳을 비췄음을 알게 해줬다. 옅어지는 주황색 하늘 위로 노란색 하늘이 그 위로는 초록색 하늘이 그 위로는 파란색 하늘이.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어 그 맑은 빛깔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소중한 것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해는 저물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걸음 소리, 대화소리가 들렸다. 살아가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끊어져 버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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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6.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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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영끌’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빚내서 투자하고 영혼까지 끌어온다는 이 말들은 최근 신문 기사에 자주 등장합니다. 열심히 일만 해선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서민들의 박탈감 때문일까요? 아니면 일자리가 없는 20·30세대들의 탈출구로 여겨지는 것일까요? 보통의 영화 세 번째 시간에 나눠 볼 이야기는 영화 ‘작전’을 통한 투자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강현수는 대한민국 개미로 불리는 투자자입니다. 친한 형의 유혹에 넘어가 금전적인 손실을 보기도 하는 개미입니다. 그때 강현수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당했다고 느껴 지식의 중요성을 깨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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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4.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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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 없는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당신의 머리카락에 묻은 유언을 쓸어담다가 문득 사라지고 싶었다 생각을 하면 무수해진 당신들이 나를 쳐다본다 눈동자가 바다같아, 어느 시인의 말을 당신이 인용한다 당신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면 바다에 잠긴 내가 있다 당신의 눈에서 발견하는 게 고작 나였다 바다를 빌려주던 당신은 불현듯 너는 정말 너밖에 없구나, 말한다 그렇다고 대답한다 나는 정말 나밖에 없어서 외롭다 피곤해진 당신들이 차례로 눈을 감는다 꼭 감은 눈들 사이에서 나는 나를 찾지 못하는데 당신은 하나씩 없어진다 끝내 하나만 남은 당신도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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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4.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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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과 알아가기 시작할 때, 우리는 안부를 묻는다. 기분이 어떠한지 근황은 어떠한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하늘도 비슷하다. 하늘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하늘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 하늘의 파란색과 구름의 모양, 일몰 후에야 보이는 별과 달 등이 대표적이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하늘은 참 많은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을 뜨면 보이는 연 하늘빛, 태양의 배경이 되는 푸르른 파란빛, 저녁 노을의 시작인 무지갯빛. 하늘은 이처럼 내가 슬플 때, 기쁠 때 모두, 때로는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하고 밤마다 우주의 신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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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4.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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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난 항상 언니를 좋아했다. 언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나보다 잘했다. 어디에서나 칭찬받고 모범적인, 동생이 혼날 땐 자신을 대신 혼내달라며 울던 교과서적인 언니였다. 언니는 하루를 꽉 채워 사는 사람이다. 8시간을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그 사이에 드라마, 영화나 책을 보고 점심을 준비하고 독서모임, 영화모임 같은 각종 온라인 소모임에 참여하며 철학 강의를 신청해서 듣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는 건강한 일상을 사는,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게 아쉽다는 사람이다.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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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3.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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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라는 말을 들어보시거나 사용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나 때는 말이야” 하며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들이 하는 말을 발음이 비슷한 라떼로 바꾸며 풍자한 언어입니다. 꼰대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는 것을 보면 기성세대와 현재 세대의 갈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두 번째 보통의 영화에서는 영화 ‘인턴’을 통해 갈등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인턴에는 인터넷 의류 업체인 ‘About the Fit’의 창업자인 줄스 오스턴과 정년퇴직하고 아내와 사별 후 삶의 활력을 찾는 벤 휘태커가 나옵니다. 줄스는 1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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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3.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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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억들이 변색됐을지도 모른다. 도저히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사람에게 기억은 무의미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러니 지난날들에 대한 나의 기억은 많은 부분이 마모됐을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일기를 쓰던 날들로부터 너무나 멀어졌던 날들이기도 했다. 일기장에 여백으로 남겨진 부분들은 여전히 숙제처럼 남아있고, 그래서 나는 이제 미루고 미루던 일기를 몰아 쓰려고 한다. 밀린 숙제를 해내다 보면 언젠가 끝이 나는 것처럼 이 기록을 하다 보면 언젠가 오래 머물던 슬픔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1. 내가 응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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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1.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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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 특별하지 않고 흔히 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단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보통입니다. 이번 보통의 영화에서 다룰 보통의 이야기는 사랑입니다. 영화 『노트북』을 통해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노트북』은 2004년에 개봉한 영화로 오래됐다면 오래됐고 유명하다면 유명한 영화입니다. 남자 주인공 ‘노아’는 여자 주인공 ‘앨리’를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노아의 적극적인 감정 표현에 앨리도 싫지 않았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영화를 보면 이토록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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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1.01.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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