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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지스와프 백진스키의 1960~199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그로부터 자신이 분리된 듯 낯설어졌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예술창작에선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낯설게 하기(Viktor Shklovsky, 1917)를 사용하긴 하나, 내가 새롭게 느껴지는 이 일은 안녕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런 일은 종종 강제된 모험에서 일어난다. 긴장과 스트레스, 위험이나 압박을 심하게 받을 때. 또, 위기나 충격적인 순간에도 엄습해온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익숙한 태도로는 안 되는 것이다. 낯설음은 다르게 말해 비현실감, 그러니까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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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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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회계연도 대학회계 제3회 세입·세출 추가경정 예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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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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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추운 겨울에 핀 복수초, 그리고 가장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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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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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첫 해가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미련을 남기고는 하죠. 문득 작년 이맘때가 궁금해졌습니다. 2022 신년사를 찾아보니, 용맹한 흑호랑이의 기운을 닮아 세상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올해의 신년사는 어떨까요? 잔뜩 웅크렸다가 뛰어오르는 토끼처럼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는 내용이겠지요. 우리는 흔히 새해 목표의 초점을 성취에 맞추고는 합니다.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금연, 금주를 하고, 영어 공부를 하거나 많은 책을 읽는 것처럼요. 이것이 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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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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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기 때는 약 3개월 전, 여름이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한낮의 기온은 30도에 육박하고 가만 있는 것만으로 땀은 주륵주륵 쏟아졌고. 절정을 달리는 불쾌지수 속 저는 미쳐가고 있었습니다. 버스가 안 왔거든요. 시원하게 가고 싶어서 버스를 타려고 한 건데 버스를 타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니. 세상은 참 모순적이라는 생각에 잠겨있었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버스가 보였습니다. 드디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저는 한 가지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 ‘잠깐만 있어봐, 오늘처럼 더운 날에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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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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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호기롭게 직장을 그만뒀다. 회사마다 혼신을 다했지만, 늘 진정성보다 사리사욕으로 귀결되는 사업을 지켜봤다. 허망했다. 삶에 의미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그러면서 생존해나갈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포괄하는 업 중 온전한 직업은 흔치 않았다. 있어도 틈이 매우 좁았다. 그럼에도 투신해보고 싶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족과, 친구와 애인과 경제와……. 그런 것들을 모두 차치하고 선택한 일은 말이다. 겉으론 위풍당당했지만 속은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불안했다. 종일 책을 펴고 공부하는데 진도가 끝나지 않았다.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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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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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밤과 나방들 박시현머리 뒤에는 나방이 붙어있다내가 아직 사람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뒷모습은 나방의 날개박제된 채 흔들거리는 먼지투성이 무늬너는 나를 뒷모습으로 기억했고우리의 마음은 아침밥과 악몽 사이에 끼여 있잖아 매일 배식되는 휴지통에는 아침이 있고초저녁마다 추락하는 깜깜한 꿈속계속해서 자라나는 기차의 뒷모습그 뒤에 붙어있던 파란 나방그것들은 날아올랐지만 나는 추락했어 파란 나방들이 나를 긁고얼굴마다 푸른빛 생채기나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고너는 나를 작은 악동이라고 불렀다 짙은 거리마다 나방이 달려든다밤은 시작되고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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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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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입니다. 열심히 달려 온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시점이지요. 오늘의 인물은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갈 우리 모두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선정했습니다. 미국의 육상선수이자 마라토너, 올림픽 챔피언이자 인권운동가, James Cleveland Owens를 소개합니다. 혹시 James Owens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Jesse Owens라고 더 널리 알려진 그는 육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불렸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육상선수입니다. 그는 1935년 열린 빅 10 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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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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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부쩍 추워진 탓일까요. 붕어빵 트럭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붕어빵을 참 좋아합니다. 김을 폴폴 내며 구워지는 붕어빵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더군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머리가 찌릿하더군요. 흔히들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표현을 쓰지 않겠습니까? 뉴턴이 떨어진 사과를 보았을 때, 코비 브라이언트가 3점슛을 성공시켰을 때, 마이클 잭슨이 춤을 출 때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이들에게는 머리가 찌릿하면서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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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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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영 강습에서 스타트(다이빙)를 했다. 용기 내 몸을 던지면 활강하듯 수면으로 쏙 빠져든다. 수영은 좋은 스포츠이다. 생애에 걸쳐 그렇게 운동을 싫어했던 나조차도 웃으며 오래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배움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물살을 가르고 수면을 영위하며 얻는 촉감과 성취감·유익함은 즐겁다. 시·공간의 한계가 있지만, 때문에 기대와 설렘, 집중이 더 이루어지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수영도 꼭 즐겁기만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오래 전 타 지역에서 수영을 할 때였다. 대회를 나가는 선수반 청소년이 지도받는 걸 봤다.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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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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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후 과학혁명–뉴턴으로 대표되는 시대를 살았던 자들의 공통 의지는 인간의 이성을 통한 진보였다. 그들은 전 시대를 대표하던 가치인 종교-신을 비판했고 신적 삶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거나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시대의 중요가치는 ‘이성’으로 대표됐다. 이성주의는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정신, 삶 자체다. 동시에 자연과학의 발달,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이 이뤄졌다. 운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목적을 파악하는 경향은 쇠퇴했다. 지구도 다른 별과 다르지 않다는 과학 발전은 종교에 타격을 줬다. 목적론적-질적 자연관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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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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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의 세계 조말선 바다에 가고 싶어, 라고 말하고 나면식탁의 가장자리로 떠들썩한 오찬의 오물들을 쓸어서 입에 담았다. 입을 열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일이 되곤 했다. 속력을 내서 달렸다. 물을 쬐려고 물가에 앉아서 계속 가고 있는 기분을 냈다.이대로 가면 궁지라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모든 것이 파랗다. 이 푸른색 좀 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파랗고 알고 있었는데도 놀랍다는 듯이 파랗다.몇몇은 젖은 채 늘어나기만 하는 해변을 잡고 고무줄뛰기를 하고 있었다. 한쪽 발은 모래 속에 한쪽 발은 바닷물에 담그고 가랑이놀이를 하면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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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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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우리 민족에 관한 기념일이 많은 달입니다. 지난 3일은 한반도의 첫 국가인 고조선을, 9일은 우리 글을 기념하는 한글날이었죠. 한반도 위에 쓰인 많은 조상의 얼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오늘의 인물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에 이름 석자를 올린 시인, 윤동주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보며 자랐습니다. 우리 민족시인으로 작품 전반에 독립을 향한 소망을 내비쳤기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시인의 삶 전체가 독립으로 가득 차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독립’이라는 키워드에서 멀어져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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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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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성심당, 교통의 중심, 노잼도시. 저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별명이었습니다. 저는 대전이 좋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생을 시골에서 자라왔습니다. 그곳은 길을 잃어버려서는 안 될 정도로 시골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대전시에서 길을 잃어버렸다고 가정해봅시다. 길을 잃은 여러분을 걱정하는 마음에 친구는 전화를 걸겠죠. 그리고 이렇게 물을 겁니다. “근처에 뭐가 보여?” 위치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보통은 근처에 보이는 마트, 지하철역 등을 이야기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보이는 것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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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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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듣는다. 찬바람 적적하고 공허함이 드는 계절을 담백하게 풀어낸 느낌. 무더위와 장마를 버티고 나면 비로소 찾아오는 담담함. 그 위에서, 작열을 버티기 위해 놓아야 했던 것을 반추한다. 그 결핍된 자취를 떠올리고 안으려 할 땐 이미 겨울이 찾아와버리겠지. 그래서 가을이라는 순간은 체감되기 시작할 때 바로 느껴야 하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지금-여기를 중요시하는 수많은 상담이론처럼, 하이데거가 말한 ‘현존재’가 체감되는 문턱처럼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사람들이 ‘일상인(Das Man)’을 조금 벗어나기 위한 감상에 빠지는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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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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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게도 노래가 필요해 김복희 내일이 있는 것처럼조용히 일만 하겠다 위생을 철저히 지켜서 물건에 껍질을 씌우고라벨을 붙이고 돌아 나오겠다 지침대로 기르던 노래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온다 저기, 너 말이야죽으면 계속 커진다 생물일 때 꼼꼼하게 해사수의 말이 들려와 두 손을 열심히 움직였다고속도로를 타고 물건들은 떠난다납기일 내에 사라져야 한다 실수로 부풀기 시작하면 트럭이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 쫓겨날지도 모른다영혼이니 마음이니, 사수는 그런 것 다 핑계라고 벨트 위를 보는 건오직 두 눈이라고 말했다벨트가 멈추고 소등이 시작됐다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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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6 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