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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의 세계 조말선 바다에 가고 싶어, 라고 말하고 나면식탁의 가장자리로 떠들썩한 오찬의 오물들을 쓸어서 입에 담았다. 입을 열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일이 되곤 했다. 속력을 내서 달렸다. 물을 쬐려고 물가에 앉아서 계속 가고 있는 기분을 냈다.이대로 가면 궁지라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모든 것이 파랗다. 이 푸른색 좀 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파랗고 알고 있었는데도 놀랍다는 듯이 파랗다.몇몇은 젖은 채 늘어나기만 하는 해변을 잡고 고무줄뛰기를 하고 있었다. 한쪽 발은 모래 속에 한쪽 발은 바닷물에 담그고 가랑이놀이를 하면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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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2.10.2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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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우리 민족에 관한 기념일이 많은 달입니다. 지난 3일은 한반도의 첫 국가인 고조선을, 9일은 우리 글을 기념하는 한글날이었죠. 한반도 위에 쓰인 많은 조상의 얼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오늘의 인물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에 이름 석자를 올린 시인, 윤동주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보며 자랐습니다. 우리 민족시인으로 작품 전반에 독립을 향한 소망을 내비쳤기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시인의 삶 전체가 독립으로 가득 차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독립’이라는 키워드에서 멀어져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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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2.10.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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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성심당, 교통의 중심, 노잼도시. 저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별명이었습니다. 저는 대전이 좋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생을 시골에서 자라왔습니다. 그곳은 길을 잃어버려서는 안 될 정도로 시골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대전시에서 길을 잃어버렸다고 가정해봅시다. 길을 잃은 여러분을 걱정하는 마음에 친구는 전화를 걸겠죠. 그리고 이렇게 물을 겁니다. “근처에 뭐가 보여?” 위치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보통은 근처에 보이는 마트, 지하철역 등을 이야기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보이는 것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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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2.10.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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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하는 ‘떠오르는 인물 100인’에 선정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22년 대통령 선거의 더불어민주당 캠프에서 2030 여성 표를 결집한 핵심 인물로 부상해 26세의 나이에 최연소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춘천에 있는 한림대학교 출신의 청년 여성이 정치권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가 ‘n번방’ 성착취 사건을 최초로 밝혀낸 ‘추적단 불꽃’의 일원이었다는 강력한 이력 때문이다. ‘n번방’ 사건은 자본을 벌어들이기 위해 미성년자에 대
여론
충대신문
2022.10.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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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들으면 미소 짓게 되는 이름들이 많이 있다. 3년 전 그 이름들은 봉준호, 류현진, 방탄소년단(BTS)이었는데, 2022년 그 이름들은 윤여정, 손흥민, 임윤찬, 황동혁, 허준이 등 분야는 더 넓어지고 이름은 더 많아졌다. 우리는 어째서 그 이름만 듣고도 미소 짓게 되는 것일까? 먼저 영화감독 봉준호가 으로 2019년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만 해도 지난 세기 다른 아시아 영화감독들이 이룩한 업적에 반세기 가량 뒤졌지만, 마침내 우리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생겼었다. 그런데 은 오스카상의
여론
충대신문
2022.10.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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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듣는다. 찬바람 적적하고 공허함이 드는 계절을 담백하게 풀어낸 느낌. 무더위와 장마를 버티고 나면 비로소 찾아오는 담담함. 그 위에서, 작열을 버티기 위해 놓아야 했던 것을 반추한다. 그 결핍된 자취를 떠올리고 안으려 할 땐 이미 겨울이 찾아와버리겠지. 그래서 가을이라는 순간은 체감되기 시작할 때 바로 느껴야 하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지금-여기를 중요시하는 수많은 상담이론처럼, 하이데거가 말한 ‘현존재’가 체감되는 문턱처럼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사람들이 ‘일상인(Das Man)’을 조금 벗어나기 위한 감상에 빠지는 계
참여
충대신문
2022.10.20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