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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무얼 듣고 보든, 모두 '실패'의 이야기로 읽힌다. 방영된 지 한참 지난 두 드라마 시리즈 (2021)와 (2019)이 그렇다. 각각 다른 시기에 접한 두 개의 이야기는 시간이 꽤 흘렀지만, 최근까지도 나를 붙잡고 있다. 는 세 친구의 한 시절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그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결성된 세 친구의 콩트 모임은 10년간 지속되며 이어진다. 그러나 이렇다 한 결과나 성공 없이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그들은 계속해서 콩트를 하며 꿈을 좇을 것인지, 현실에 발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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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4.03.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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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과거《실미도》라는 영화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흉악범들로 만들어진 특수부대가 북한으로 침투해 김일성을 암살하기 위해 훈련을 받다가 탈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 속에서 설경구 등 걸출한 배우들이 호연을 펼친 것은 물론 한국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으로 남아 있으며, 수십 년간 잊혀 있던 실미도 사건을 다시금 재조명되게 한 결정적인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68년 1월 21일, 1·21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에서 남파한 공작원 31명이 대통령을 암살할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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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4.03.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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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파니히는 영화를 연출하는 이란 출신 영화감독이다. 그는 이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정부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이란 정부는 그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국 금지령을 내리게 된다. 이듬해 해외에서 영화 제작을 계획 중이던 파니히에게 그들의 처분은 너무도 당혹스러운 결과였다. 결국 파니히는 영화를 마저 완성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영화 제작자들과 배우들을 남겨둔 채 이란 국경선 근처에 있는 마을에 머무르면서 컴퓨터를 통해 원격으로 촬영 현장을 지시하는 선택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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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4.03.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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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참으로 희망찬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디 종교성이 강한 행사였지만 지금은 종교의 여부를 막론하고 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되었으니, 그리스도 또한 기뻐하지 않을까요? 평소 사람 많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이런 날 만큼은 희망찬 공기 속으로 저를 내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마 이쯤 되면 당연히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리라 기대하셨겠지만, 남들 하는 건 이상하리만치 피해가고 싶은 홍대감성의 소유자로서 이런 일반적인 전개방식을 고수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네, 평소처럼 홍민기의 일상 이야기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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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4.01.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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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아침 창문 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고 하늘엔 눈송이가 천천히 떠다녔다. 평화로웠다. 어떤 걱정도 쓸모없다는 듯이. 한동안 놓지 못했던 복잡한 마음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옷을 챙겨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좀처럼 눈을 보기 힘든 지역에서 자랐다. 눈이 쌓이는 것을 보기도 힘들뿐더러 아주 조금 눈이 흩날려도 휴교하고 놀러 나가는 곳이었다. 먼지처럼 흩날리다 사라져 버리는 눈에도 신나서 뛰어놀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런 날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대전에 올라온 지 꽤 된 지금도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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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4.01.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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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극렬한 두통이 그를 방문했다. J에서 비롯된 기억의 상흔이 깊게 짓눌리는 듯했다. 그는 그 고통을 자신이 그만 J를 떠올려 버렸기에 겪어야만 하는 것이라 여겨 두 팔을 벌려 품어내려 했지만 도가 지나친 거대한 아픔이었다. 참다 못해 방문한 병원에서 뜻 밖의 원인을 제시했다. 그를 괴롭힌 고통의 뿌리는 맞물릴 곳 없이 뻗어 자라난 오른쪽 위 사랑니였다. 맞물려 부딪혀야 할 아래 사랑니 없이 끊임없이 자라나 신경을 건드렸고 그것이 극심한 편두통을 유발했다는 진단이었다. 워낙 깊게 뿌리를 내린 녀석이기에 뽑아내도 흔적을 남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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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4.01.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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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 독서 골든벨이 열렸습니다. 학생들에게 실천하는 독서문화를 권장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배양하기 위한 뜻깊은 행사였죠. 이번 독서 골든벨 지정도서는 쉽게 읽는 백범일지와 동물농장이었습니다. 준비기간은 차고 넘치게 있었습니다. 약 3주의 시간이 있었죠. 마음만 먹었다면 10번도 더 돌려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마음을 먹었다면 말이죠. 저는 단식을 했나 봅니다. 대회 날은 점점 다가오고 이래저래 할 건 많은데, 아직 1회독도 하지 못했다는 불안감만이 저를 감쌌습니다. 사실 제가 대상을 타든 탈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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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3.11.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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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고 가수 최고은의 공연을 보러 서울에 올라갔던 날을 기억한다. 낯선 도시의 밤공기, 혼자 찾은 서울 시내의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작은 공연장. 복잡한 생각에 잡혀있던 시기였다. 해결되지 못한 질문들을 안고 떠났을 때, 돌아오면 그 모든 것들이 정리되어 있을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 풀어낸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힘들 때 들었던 음악들이 다시 힘들어하는 내게 위로가 되어줄 뿐이었다. 최고은이 기획한 영화가 상영된다는 소식에 영화관을 찾았다. 이번 영화 는 광주극장을 배경으로 한다. 광주극장은 19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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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3.11.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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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생김새는 제각각입니다. 눈이 큰 사람, 콧구멍이 넓은 사람, 입술이 부각되는 사람 등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생김새는 제각각이죠. 저는 오늘 제 생김새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때는 약 한 달 전.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되고 개강의 설렘에 온 캠퍼스가 들떠있던 때였습니다. 매일 열리는 술자리로 거리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캘린더에는 개강총회나 OT 따위로 꽉꽉 들어찼고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서로 알아가기 바빴죠.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명 OT 주간이라고들 하더군요. 첫 주 차에는 으레 그렇듯이 진도를 나가기보다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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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3.10.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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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은 감각으로 기억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신체 어느 구석에 무언가가 파편 조각처럼 박혀 있는 느낌이다. 인지하지 않고 살다가도 그 기억 언저리를 건드리면 불현듯 아픈 감각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윽고 상처에 피가 올라오듯 조금씩 물이 차오른다. 때로 슬픔은 그렇게 밀려온다. 서울역 옥상정원에서 한참 도심을 내려다보았다. 시끄러운 도시 소음, 바삐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정립된 질서가 나를 배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등바등 버텨왔던 시간은 어쩌면 저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이었을지도 모른다. 길게만 느껴졌던 수험기간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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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2023.10.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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