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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서울 한달 살이를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서울 한달 살이를 결정한 것은 작년 10월에 있었던 한국여성학회 세미나 때문이었다. 대부분 서울에서 하기 마련인 학회 세미나가 우리 학교 인문대 강당에서 열렸다. 서울 대학의 교수 뿐 아니라 부산이나 대구, 전북에서 온 교수, 석사생들도 있었다. 그 날 나는 ‘여성젠더학과가 대전의 충남대에 있는 것의 의의’에 대해 발표했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앞선 교수님들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3시 반으로 예정되었던 석사과정생들의 발표가 5시로 미뤄졌고, 일부 서울 사람들이 기차 시간에 늦는다고
여론
충대신문
2024.03.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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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대학가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설렘과 뒤섞여있다. 대학생이 되기 위해 입시 중심의 중고등 시절을 버텨 온 신입생은 대학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설렐 것이고, 재학생은 방학으로 나태해진 몸을 추스르며 위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야릇한 불안감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은 다행히도 해마다 대학이 맞이하는 익숙한 모습이다. 사실 진짜 긴장되는 변화는 해일처럼 일어나며 우리의 세계 전체에 가해지고 있다. 디지털기술 세계, 물리세계, 생물 세계가 융합되어 경제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4차 산업혁명’ 용어가 소개된 지 10
여론
충대신문
2024.03.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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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인가? 생물학적으로는 심장이 혈액을 순환시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줌으로써 생명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때 인간은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이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볼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필자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살아갈 때 인간이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소크라테스는 “음미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단언한다. 삶을 음미한다는
여론
충대신문
2024.03.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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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소설 제목에서 차용했다. 내년 4월 초에 호주로 출국하는 비행기표를 샀다. 만 31살을 한 달 남겨두고 급하게 신청한 워킹 홀리데이 비자 때문이다. 1년간 머무르며 8월의 겨울은 어떤지 겪어보고 시급 2만 원으로 번 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놀라움도 맛보면서 그곳이 살만한 곳인지 확인해 보러 가는 것이다. 어느 정도 계획이 세워져 있어서 다가오는 2024년 계획은 새로 세울 일 없이 생각한 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살만한 곳이라면 거기서 다시 학사를 따고 취업해 이민할 예정이고, 나와 맞지 않는 곳이라면 우리나라로 돌아와
여론
충대신문
2024.01.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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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우리 대학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 중요한 사건은 현 총장이 촉발한 한밭대와의 통합 논의 공식화와 ‘글로컬 대학 30’ 사업 탈락, 제20대 총장 선거일 것이다. 현 총장은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재도전할 것이며 그와는 별개로 통합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차기 ‘글로컬 대학 30’ 사업을 준비하면서 무학과 제도, 학과 통폐합 등의 학사 구조 개편과 특성화 분야 육성 등의 내부 혁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의 급감과 장기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 악화가 가속화
여론
충대신문
2024.01.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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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서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가 유성 반석동으로 이사를 간지 3년 만에 온 가족이 다 함께 친구네 집을 방문했다. 2008년이었다. 어른들이 밥상에 둘러 앉아 샤부샤부에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친구는 집 근처 영화관에 을 보러 가자고 했다. 노은역은 친구 집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였는데 우리 말고 손님이 딱 두 명 있었다. 반석동이나 지하철이나 모두 반듯하고 깨끗하고 조용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교 6학년 때 소풍으로 대전동물원을 왔었다. 매번 대구의 우방타워랜드에 가는 데 지친 우리 지역 선생님
여론
충대신문
2023.11.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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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저 음식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있을 뿐인 고등어 자반의 눈깔이 자신의 것과 닮아 있다는 생각에 문득 불쾌감이 들었다. 광활한 바다를 헤엄쳐야 할 이 등푸른 생선이 눈도 감지 못한 채로 식탁에 올려진 까닭은 자신에게 닥친 찰나의 죽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싹 타들어 간 지느러미는 음식의 역할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올려지기 전의 그것은 푸른색의 대해를 훌륭히도 내저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당연하게도 그는 고등어목 고등어과의 이 생선이 눈깔을 가려줄 눈꺼풀을 애초에 갖고 태어
여론
충대신문
2023.11.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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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이 위기감 탓에 속앓이를 한다. 그 위기감은 교육부가 지역대 육성책으로 내놓은 대형 대학재정지원 사업인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 대학 30 사업’탈락에서 온다. 두 사업 모두 현 정부에서 졸속으로 추진하는 교육 정책으로 비난을 받는다. 공공성에 역행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앞을 다투어 쟁탈전을 벌였다. 2023년 3월 8일 교육부는 라이즈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경남과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등 7개 지방자치단체를 라이즈 시범 지역으로
여론
충대신문
2023.10.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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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미국을 방문했다. 10년 전에 갔던 뉴욕과 이번에 간 LA는 전혀 다른 나라처럼 느껴졌다. 칼바람이 불던 삭막한 월스트리트와 멋대로 큰 소리로 웃는 사람이 가득한 LA를 비교하면 지는 해의 색깔조차 달랐다. LA는 오히려 시드니와 비슷한 분위기가 났다. 시드니에서 묵은 호텔 1층에는 카페가 있었는데 손님이 전혀 없는 시간에도 항상 직원이 네 명은 있었다. 이번에 들른 로컬 카페도 그랬다. 손님이 여덟 명 있었는데 직원이 아홉 명 있었다. 타투가 없는 직원이 없었고 3부 바지를 입은 남자, 화장을 하지 않은 여자, 머리
여론
충대신문
2023.10.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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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일병 5호봉, 나는 추위에 얼어버린 연병장에 주저앉았다. 주위의 간부들과 동료들이 소총을 내려놓고 내게 모여들었다. 연신 말뚝을 내리치던 오함마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졌다. 애당초 나는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아홉 살 때 왕복 4차선을 무단으로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 그때 나는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시속 80킬로로 달리던 승용차가 저만치서 앞만 보며 달려오는 나를 발견하곤 황급히 속도를 줄이고 핸들을 튼 덕분이었다. 오른쪽 정강이가 두 동강 났고 타이어가 쓸고 지나간 살갗 틈새로 허연 정강이뼈
여론
충대신문
2023.10.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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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나라 안팎으로 시끄럽다. TV나 신문 등 각종 언론 매체들은 쉴 새 없이 새로운 뉴스와 이슈들을 쏟아내면서 국민들을 반반으로 갈라 싸우게 유도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8월 내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로 처리수니 오염수니 하는 논쟁에서 불붙더니 과학적이라느니 괴담이라느니 하면서 남녀가 노소가 동서가 갈라져 싸우는 형국이다. 결국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정부는 8월 24일부터 전 인류적 고민거리인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킬러 문항이라는 낯설은 단어가 유행이었다. 정부는 공교육 정상
여론
충대신문
2023.09.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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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 동안(물론 대학원생에게는 방학이 없다) 생전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추석 연휴에 친구들과 LA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3년 만에 떠나는 해외 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거제도에서 나고 자란 아빠는 할머니댁에 갈 때마다 나와 동생을 바다에 띄워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고 애썼지만 30년간 성공하지 못했다. 아빠는 친구들과 물속의 꽃게를 잡아 망태기에 넣고 고둥을 건져 올리며 헤엄치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했기 때문인지 가르치는 데는 별로 소질이 없었던 것 같다. 올해는 아침부터 기온이 30도를 넘나
여론
충대신문
2023.09.08 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