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여름, 시립도서관에서 친구는 명작 영화의 원작인 를 찾았고 그 옆에는 가 꽂혀있었다. 당시 친구가 나에게 추천을 했든, 제목이 궁금해서 뽑아보았든 표지의 책 소개와 목차를 읽은, 심야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해주던 범죄수사시리즈물을 챙겨보던 사람은 그 책을 빌려 단숨에 읽게 된다. 책의 저자는 1970년대 전 FBI요원이자 행동과학팀(Behavioral Science Unit)을 만든 사람 중 한명인 로버트 K. 레슬러였고, 그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한 범죄 수사의 선구자들 중 하나이다.
김훈 산문집 『연필로 쓰기』『남한산성』, 『칼의노?? 『공터에서』 등의 장편소설로 두터운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 김훈이 올해 초 낸 산문집이 『연필로 쓰기』이다. 김훈은 소설로 문명(文名)을 얻었지만, 심심찮게 수필도 쓴다. 『자전거여행』, 『밥벌이의 지겨움』, 『라면을 끓이며』와 같은 그의 산문집들은 소설 못지않게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일 글을 읽고 글을 쓴다. 나는 책 한 권도 안 읽는데요? 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핸드폰이 그야말로 ‘핸드’에서 떨어지지 않는 요즘, 우리는 SNS의
우리는 왜 사랑을 원할까. 우리는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질까. 때로 남들이 보기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왜일까. 사랑에 빠졌을 때, 한없이 포용적이다가도 이기심과 질투로 속을 끓이는 모순적 태도는 무엇 때문일까. 어떤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누구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랑의 특정 영역은 금지구역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에 대한 이 숱한 물음에 답하고 싶다면 사이먼 메이의 책 『사랑의 탄생』(사이먼 메이, 김지선 역, 문학동네, 2016)을 펴 볼 일이다. 저자는 ‘사랑은 생각이 아니라 느낌의 문제인
김주환 『회복탄력성』, 2011.상처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어떤 상처는 때로 너무 깊고 흉측해서 그 다음 삶의 단계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고등학교 무렵부터 삶으로부터 거친 공격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만한 융통성도 없었고, 설령 힘겹게 손을 내민다 해도 내 손을 잡아줄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기에 그때 많이 매달린 것이 소위 ‘자기계발서’라 불리는 책들이다. 작년 겨울 조금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7년 넘게 살아온 집이 몸에 익어 편안했지만 늘어나는 책들 때
작년 가을, 친구들이 단체 카톡방에 올려 알게 된 칼럼이 있다. 라는 칼럼인데 통찰력 있는 유머와 리듬감 있는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추석 때 만난 친척들이 당신의 근황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가지고 불편한 질문을 한다면 대충 얼버무리지 말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당당히 반문하라는 내용이었다.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묻는 이들에게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라고 권한다. 이 칼럼을 쓴 사람이 바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영민 교수이다. 김영민 교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이 책은 1800년대 서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동부의 어떤 지역을 상상하며 시작한다. 아버지가 큰 소리로 아이들에게 성경 구절을 읽어주는 동안에 어머니는 스튜 요리를 차린다. 우는 아기는 누나 중 한 명이 어르고, 맏아들은 물주전자의 물을 탁자 위의 질그릇에 따른다. 큰 딸은 마구간에서 말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바깥에는 교통 소음도, 마약 상인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은 큰 오해를 낳는다. 사실 아버지는 50대에 폐렴으로 죽게 되고, 천연두 때문에 울던 아기도 머지않아 곧 죽게 된다. 질그릇에 따르는 물에는 소 냄새가 나고, 촛불
이 책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긴 고찰로 요약된다. ‘이 세계에는 아름다운 사고가 깃들어 있는가?’ 다소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는 아름답다’는 것이다. 예술의 세계에서 독창적인 하나의 스타일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그 생명을 유지한다. 프랭크 윌첵은 이 같은 예술적 관점에서 과학을 재구성하고 있다. 2004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론물리학자인 윌첵에게 과학이란 곧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윌첵은 우리를
매일 아침 일어나 뉴스를 살펴보면 테러, 폭력, 각종 범죄, 환경오염 등과 같은 문제들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셔머는 호모 사피엔스가 역사상 가장 도덕적으로 진보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또한 도덕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종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으며, 오직 과학과 이성만이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 가능한 반응이라고 말하면서도, 과학과 이성을 통해 이루어진 도덕적 진보가 앞으로는 도덕적으로 더욱 진보한 세계를 만들어갈 것이라 주장한다
정재승 『열두 발자국』 뇌과학은 비교적 신생학문으로, 뇌의 신비를 밝혀서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기능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수학, 물리학, 생물학 등의 기초과학, 의학, 공학, 심지어는 문학, 심리학 등 인문학과의 융합 연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래서 일반 대중들이 뇌과학에 가까워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정재승 교수는 뇌과학의 학문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뇌과학을 이해하는 것이 영원한 탐구 대상인 ‘인간’이라는 숲을 이해하는 발걸음이라고 주장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과학의 대중화에 늘
우리는 음식의 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음식들 가운데에서 우리는 자주 곤란함에 빠진다. 무엇을 먹을지에 관해 하루에도 수백 번을 고민하고, 누구와 어디서 먹을지도 고민한다. 또 채식주의, 날마다 새로 나오는 식이요법 등 음식에 관한 수많은 정보에 휩쓸리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생애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먹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음식에 담긴 42가지 비밀”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행동심리학과 뇌과학을 이용
우리 학교에서도 여성혐오가 터져 나왔다. 공대 해오름식 고추참치 공연‧학내 여성혐오 문화 고발 대자보‧축제 자박꼼 문구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충대신문과 대전청년잡지 BOSHU에서 학내 여성혐오 문화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 보고자 '학내 여성혐오 대담'을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진행된 학우 대담에는 BOSHU 서한나 편집장, 권사랑(경영‧4) 학우, 김다영(언론정보·4) 학우, 김지영( 사학·3) 학우, 이중훈(문헌정보·3) 학우, 임찬규(언론정보·4)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결이 있었다. 인류 대표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었는데, 바둑에 무지한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충격과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작년부터 생명공학 연구 분야에서 알파고만큼 화제가 되는 이슈가 있었는데, 바로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정확한 이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인데 이는 원하거나 불필요한 부위의 DNA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무엇인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가위라는 말처럼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이
지난 5월 18일, 취재차 광주로 향했다. 금남로에서 전남대로, 전남대에서 국립5.18민주묘지로 이어지는 일정은 생각보다 고단했다. 전남대에서 국립5.18민주묘지로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택시에 타자 기사는 마침 본인도 국립5.18민주묘지에 가야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택시 기사는 군 생활 외에는 광주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광주5.18민주화운동 현장에 있었다. “시체도 너무나 많이 봤고 지금도 그 얘기하면 피가 거꾸로 쏟아 붕께. 광주 시민을 몽둥이로 개 패듯 뚜드려 팼어.” 적어도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지나간
현재 인류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 변화는 새로운 산업혁명. 즉 4차 산업혁명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 시대’, ‘스마트 혁명’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이 ‘스마트’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복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스마트 기기는 인류의 혼을 빼앗고 우리 삶의 방식을 뒤바꿔 놓았다. 그것의 위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물과 환경, 로봇, 자동차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스마트함을 뽐내며 인류의 삶을 새롭게 재구조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을 “3차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 ‘고향’은 이상하게 낯선 단어다. 기자는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터라 고향에 대한 향수가 크지 않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가슴 깊숙한 곳에 본능처럼 새겨져 있다. 푸른 논밭이 펼쳐져 있고 흙냄새와 사람들 간의 정이 넘치는 곳이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관촌수필』은 이런 마음 속 고향과 같이 다가오는 책이다. 작가의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소설인터라 소설의 내용이 더욱더 실감나고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첫 장을 펴자마자 나오는 토속어들을 통해 낯설음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매일 아침·저녁 뉴스로 일본, 인도네시아, 칠레까지 환태평양 지진대를 중심으로 지진과 화산 활동 소식이 들려온다. 이 현상과 함께 우리 한반도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는 이 지역이 활성기와 휴지기가 50년 주기로 바뀐다는 학설을 근거로 활성기에 들어선 것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의 고리’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대지진을 예고하는 조짐인지, 주기적인 자연현상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불광불급. 미쳐야 미친다. 중학교 3학년 때 교실의 뒤편에 걸려있던 급훈이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그 문장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수업시간에도 종종 불광불급의 의미에 대한 연설을 듣곤 했다. 당시엔 도대체 저게 무슨 말인가 의구심을 품었고, 한편으로는 바보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미친다는 것은 부정적인 말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말을 가장 좋아하신다니 굉장히 독특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나니 기자가 그 독특한 사람이 됐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일에 미치광이처럼 미쳐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을 보장하는 훌륭한 개발품이다. 우리나라도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가구당 한 대의 자동차는 기본이며 심지어 가족 구성원 각각 자동차를 소유한다. 과거의 자동차는 부의 과시용 혹은 나만의 개성 표출의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식사를 하고 옷을 입는 것처럼 필수 용품이 되었다. 언제나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그 이면에는 부정적인 면이 함께 있는 법. 편리함을 주기만 할 것 같은 자동차도 인류에게 하나의 숙제를 던졌다. 그것은 ‘환경오염과 건강’이라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의 개발
4월이 오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떨어질 때면 작년 이맘 때 만났던 분이 떠오른다. 1년 전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집 근처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와 유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참석한 북콘서트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이창현 학생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났다.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삭발을 한 창현이 어머니는 배 모양의 등불 앞에 앉아 책을 읽고 계셨다. 그날 창현이 어머니는 “날씨와 꽃이 절정인데 감상하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다
선거도 이상하게 한다. #1. 20대 총선 며칠 전 갈마동을 지나는 차 안에서 아래턱이 빠질 뻔했다. ‘동성애를 온몸으로 막아내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든 한 후보자의 선거 군단을 봤을 때. 그들은 당장에라도 동성애자를 색출해낼 기세로 행인과 차량에 선전하고 있었다. 무차별적인 총질처럼 보였다. 명백한 혐오 표현을 혐오 표현인지도 모르고, 또는 알면서도 호모포비아들의 표를 받기 위해 성 소수자들이 받을 상처는 셈하지 않는 저 이가 국회의원 후보자일 수 있다니...짜증이 치밀다 곧 반문하고 싶어졌다. 동성애가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